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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시대

얼마 전 분당에 거주하는 고등학교 친구들 모임에 참석했더니 무려 30명 이상이 분당에 살고 있었다. 그래서 수소문 해본 결과 대학교 친구, 과거 직장동료 등 가까운 친지들 가운데 100명 이상이 분당에 몰려 살고 있었다. 그들은 각기 친목 모임을 만들어 주말에는 인근야산을 등산하면서 신도시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신도시에서 살고 있을까? 지난 30여년간 우리가 살아온 여정을 살펴보면 우리들은 연대별로 주거 지역, 주거형태 및 취미 생활면에서 일정한 시대적 패턴 하에 생활하는 경향을 갖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필자의 신혼 시절이었던 60년대 말에는 상당수의 샐러리맨들이 당시 개발지역인 역촌동·길현동·미아리 등 서울 외곽 지역에 몰려 살았다. 집장사가 지은 대지 50여평에 건평 15평 내외의 미니양옥이나 AID차관으로 지은 국민주택 등에서 추운 겨울, 떨면서 연탄을 갈아대며 지내 왔다. 관광버스가 동원된 통근버스로 변두리에서 출근을 하고 주말에는 직장 테니스코트에서 동료들과 테니스를 즐긴 후 소주잔을 기울이는 것이 당시의 주된 취미생활이었다. 그러다가 70년대 말, 강남지역이 개발되면서 너도나도 강남아파트 지역으로 대이동을 시작했다. 40평 내외의 아파트에서 겨울에도 런닝셔츠바람으로 지내는 안락한 생활을 처음으로 맛보기 시작했다. 주부들의 편리한 주거생활이 시작되고 이른바 8학군에서 자녀들을 교육시킬 수 있었다. 강남시대에는 직장에서 중견간부급으로 승진되어 모두들 테니스는 졸업하고 새로이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주말이면 골프부킹 잘하는 친구가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이 되고 주말에 대비해 모두들 남모르게 연습을 하며 월요일 아침 커피타임에는 주말 골프에 관련된 이야기가 주종을 이루곤 했다. 90년대 초 분당·일산·평촌 등 신도시가 개발되자 교외생활을 희망하는 사람들과 자녀교육이 끝난 후 노후생활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신도시로의 이동이 또다시 시작된 것 같다. 이 시절에는 사회적인 분위기로 골프가 점차 퇴색되고 오늘날 IMF체제하의 불경기가 겹쳐 모두들 주말이면 부부동반으로 신도시 주변의 인근 야산을 등산하는 등 취미가 절약형으로 바뀌었다. 자! 그러면 앞으로 2,000년대에는 모두들 어디로 가서 살아갈까? 더욱더 교외쪽으로 나아가 본격적인 전원생활을 즐길까, 미국식 실버타운이 개발되어 부부 중심의 은퇴생활을 즐길까, 아니면 오히려 도심쪽으로 회귀해 광화문이나 테헤란로의 주상복합건물에서 호텔식 생활을 하게 될까? 그러나 어디에 가서 생활을 하든 한달에 한두 번 정도 골프나 등산을 할 수 있는 건강, 경제적 여유 그리고 더불어 지낼 수 있는 가까운 친구만 있다면 이것이 가장 행복한 생활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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