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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갈증 시대에 울림 커지는 '이순신'

영화 '명량' 연일 흥행몰이… 개봉 나흘만에 350만 관객


"저도 이순신 장군 같은 훌륭한 분이 되고 싶어요."(초등학교 5학년 이현욱군) "아이들과 함께 지도자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어 가족과 함께 극장을 찾았습니다." (직장인 김모씨)"

400여년 전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담은 영화 '명량'이 2014년 대한민국에 강한 울림을 주고 있다. 이 장군을 뜻깊게 만나기 위해 2시간 넘게 걸어서 영화관을 찾았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연일 매진 상황에서도 하루 빨리 그를 보고 싶어 새벽1~2시 타임의 개봉관에도 관객들이 가득 들어차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이순신 신드롬'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세월호 사태로 나타난 관피아의 적폐, 청문회 과정에서 반복되는 장관 후보자들의 위증 등 한국 정치 현실에 염증이 난 국민들은 민본을 향한 제대로 된 리더십을 갈망하고 있고 이에 대한 염원이 명량 열풍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3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명량은 지난달 30일 개봉 이후 나흘 만에 누적관객 350만5,661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단기간 300만명을 돌파했다. 2일 하루 동원한 관객만 122만9,010명. 한국 영화가 일일 관객 100만명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명량은 1597년 임진왜란 6년,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물리친 명량해전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김한민 감독이 "그분(이순신)을 새롭게 해석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고 밝혔듯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이미 다 아는 영웅물에 관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 시대가 갈구하는 리더십, 그리고 그 리더십을 만드는 백성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의 흥행 비결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세월호 참사 이후 대중은 '위기 상황에서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 '위기 상황에서 국가는 무엇을 해줬는가'대한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상적인 리더에 대한 대중의 욕구가 반영되며 이것이 명량의 흥행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 교수는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자리'만 탐하는 위정자들이 많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진정한 리더를 원하는 국민들의 염원이 명량에서의 대리만족과 인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영화는 고문을 받고 있는 이순신에서 시작된다. 전쟁에서 승리해 나라를 구했음에도 갖은 모략으로 임금으로부터 외면 받은 것. 모진 고문과 억울한 파직에도 불구하고 나라와 백성을 지키기 위해 다시 전쟁터에 복귀했지만 누가 봐도 어려운 전세. 도대체 왜 싸우느냐는 아들 '회'의 질문에 이순신이 던지는 한마디는 대사 이상의 감동으로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의리다. 무릇 장수란 자의 의리는 충을 좇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다."

국민의 심금을 울리는 이순신의 또 다른 명대사가 나온다. "아직도 살고자 하는 자들이 있다니 놀랍구나.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기세등등한 적, 불에 타는 배, 도망가는 부하들…. 위기의 순간, 공포에 휩싸인 대중을 다잡고 믿음을 심어주는 것은 리더의 몫이었다. 12척의 배로 왜적 300여척에 맞선 '모두가 포기했던 전쟁.' 명량해전의 영웅 이순신은 400년이 넘는 시대를 거슬러 올라 2014년 대한민국에 강한 울림을 주고 있다. 실감 나는 해상 전투신과 배우들의 열연, 대대적인 마케팅이 큰 힘이 됐지만 영화의 흥행을 견인하는 가장 큰 동력은 너무도 잘 알려진 영웅을 통해 '리더십을 확인하고자 하는' 대중의 욕구라는 분석이다.

최근 몇 년간 정조 임금이나 정도전 등 영웅·리더십을 반영한 작품들이 많았지만 명량의 경우 대중의 참여가 영웅을 만드는 결정적인 배경이 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극중 명량해전의 위기의 순간, 전세를 역전시키는 결정적인 계기는 말 못하는 벙어리 여인과 왜군을 피해 도망가던 가녀린 민초 무리다. 정덕현 평론가는 "결국 영화에서 명량해전은 이순신이 백성과 의리를 지키기 위해 몸을 내던진 전투이고 그 싸움은 이순신 혼자가 아닌, 백성이 함께하는 싸움"이라며 "이런 점에서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은 물론 백성들에게서도 큰 정서적인 동질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소문을 타고 가족 단위 관람객이 늘어나는 것도 흥행 배경 중 하나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명량은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조명한 '잘 만든 교육영화'의 성격도 띠기 때문에 방학을 맞은 가족 관람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며 "1,494개에 달하는 공격적인 스크린 점유도 흥행의 견인차"라고 설명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사극을 보는 사람들에게는 뻔해도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며 "400년도 넘은 이순신과 명량해전 이야기에 집중하는 2014년 대중도 이 시대에 부재한 리더십을 확인하고 싶다는 심리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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