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증권사 신탁업 겸업허용에 대해 은행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올 연말 퇴직연금 신탁이 시작되고 앞으로 부동산 등 재산신탁제도가 도입될 예정이어서 신탁시장을 둘러싼 양 업계의 다툼이 확대될 전망이다. 증권업협회는 지난해 말 증권거래법 개정에 따른 재정경제부의 증권사 신탁업 겸업허용 후속조치로 올 4월 임시국회에서 신탁업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 주도로 증권회사도 은행과 동등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신탁업법 개정작업을 사실상 완료한 상태다. 증권업계가 이처럼 신탁업법 개정에 나서는 이유는 증권거래법 시행령 개정만으로는 실제 신탁업을 영위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신탁업법은 신탁상품 판매시 ▦상호에 ‘신탁’명 사용 ▦임원의 자격요건 등 5개의 규제사항을 두고 있으며 은행에 대해서만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즉 신탁업법 개정 없이 증권회사가 상품을 판매하려면 별도의 자회사를 설립해 이 같은 규정을 충족해야 한다. 한마디로 증권거래법 시행령만으로는 신탁업 겸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의 신탁업법 움직임에 대해 은행업계는 최근 회의를 갖고 시중은행이 공동으로 반(反)입법활동에 나서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 국회 상정과 동시에 법 개정 반대에 본격 나선다는 계획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증권회사가 별도의 자회사 없이 신탁상품을 판매하는 사례는 외국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며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질 수도 있으나 공신력이 신탁의 생명이라는 점에서 증권회사의 신탁업 겸업은 타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연말 재경부의 증권사 겸업허용 때는 사전정보가 없어 그냥 넘어갔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거래법 시행령이 개정됐고 이에 맞춰 신탁업법을 바꿔 증권회사에도 은행과 마찬가지로 혜택을 주는 게 당연하다”며 “은행권의 반대에 상관없이 법 개정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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