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 기업을 모은 에너지밸리, 지역의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어 사용하는 에너지자립섬, 가축분뇨를 연료로 쓰는 바이오매스발전소….'
각기 다른 이런 사업들은 에너지 효율화를 꾀하고 기후변화체제에 맞추기 위한 첨단 시도라는 교집합으로 묶을 수 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지방에 위치한 에너지 공기업들이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 공기업들이 지방을 에너지 신산업을 꽃 피우는 테스트베드이자, 인큐베이터로 활용하고 있는 셈. 이건철 전 전남발전연구원 원장은 "세계적 혁신도시의 공통점은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동반이전해 산업 클러스터를 이뤘다는 것"이라며 "에너지 공기업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신산업 육성 등을 꾀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지역에 심고 있는 에너지 신산업 전초기지=한국전력이 나주에 조성 중인 '빛가람 에너지 밸리 사업'. 이 사업은 오는 2020년까지 에너지 기업 500개를 유치해 나주를 일본의 기업도시 도요타시나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은 형태로 만드는 게 목표다. 현재까지 투자 유치 금액은 총 1,168억원, 고용창출은 1,341명에 이른다. 한전 관계자는 "빛가람 에너지밸리가 기존 광주권 첨단산업 벨트, 동부권 정보기술(IT) 융복합 벨트 등과 연계되면 나주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전력수도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는 전기차 사업의 메카로 거듭나고 있다. 한전과 제주는 2018년까지 충전기를 총 300기까지 늘릴 계획인데 제주 전기차 사업은 앞으로 전기차 산업의 생태계 조성을 크게 앞당길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울산우정혁신도시로 이전한 동서발전은 강원 횡성에 '쇠똥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만든다. 이 발전소가 들어서면 축산농가의 분뇨를 처리하는 동시에 연료 수급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김정인 중앙대 교수는 "네덜란드에는 산업단지에서 나온 폐열을 활용해 농업단지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우리도 온배수열, 폐열, 바이오연료 등을 이용한 사업 모델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컬(global+local)시대, 본격 개막=지역 기반 기술을 수출하는 사례도 나온다. 한전의 '마이크로그리드(소규모 전력망)'가 대표적이다. 마이크로그리드란 일정지역 내에서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원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활용해 독립적으로 운전할 수 있는 소규모 전력망. 화력발전 등이 불가능한 지역에서 활용하면 안성맞춤이다. 한전은 이 마이크로그리드 기술을 적용해 이미 전남 진도 가사도에서 에너지 자립섬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를 계기로 최근 캐나다에 1,500만달러에 마이크로그리드 기술을 수출했다. 해외에서 이 기술에 관심이 많아 수출이 크게 늘 것이라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도와줄 수 있는 이산화탄소포집저장기술(CCS) 등도 경제성을 더 보완하면 전망이 밝다. 전문가들은 공기업의 꾸준한 투자, 지역 내 연구기관과 협력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에너지 산업의 응용은 무궁무진하다"며 "투자를 늘리는 한편 지역 인력 양성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