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에서도 '슈퍼파워'로 불리며 나라 곳간을 책임져온 세제ㆍ예산실이 수술대에 오른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예산실이 전권을 쥐어온 정부예산 운용권한을 각 부처에 부분 분산하는 기능조정 방안을 추진한다. 세제실의 경우 미시업무 중심 구조를 탈피해 거시적인 세정업무를 펼 수 있도록 조직을 개편한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국회 업무보고 과정에서 각 부처의 예산편성 자율권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며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했으며 다음달부터 각 부처 의견수렴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이를 토대로 '톱다운 예산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해 내년 3월 발표할 '2015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에 담을 계획이다. 톱다운 예산제도란 예산당국이 부처별 재정지출의 총액만 할당하고 구체적인 지출사업 내용은 부처가 자유롭게 집행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지난 2004년 톱다운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나 선언 수준에 그쳤고 기재부가 개별 예산사업에 일일이 간섭하는 관행이 되풀이됐다. 부처는 예산삭감을 피하기 위해 개별 사업비를 부풀려 보고하고 기재부는 매년 허수예산을 삭감하느라 행정력 낭비와 부처 간 불신ㆍ갈등 등을 감수해야 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자율성을 주면 각 부처도 책임감을 갖고 사업비를 편성해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톱다운 방식이 성공하려면 자율권을 남용하지 않도록 예산집행에 대한 사전ㆍ사후평가제도 강화가 뒤따라야 한다.
세제실에 대해서는 조직개편이 추진된다. 기재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금 세제실은 개별 세법 중심으로 조직과 기능이 짜여 나무(미시경제)만 보고 숲(거시경제)을 못 보는 한계가 있다"며 "연말쯤 조직을 조정하려 한다"고 밝혔다.
세제실 개편은 주로 기획ㆍ분석업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무사 수준의 개별세법 개정업무에 치중하기보다 조세제도의 경제효과를 분석하고 큰 틀의 로드맵을 그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세법 개정안을 짜는 과정에서 실무자들이 가져온 개편안의 경제적 효과를 물으니 제대로 답을 못해 답답했다"며 "경제정책국을 벤치마킹해 조세분석과와 조세정책과의 기능을 살리는 쪽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제실은 소득세제 개편과정에서 중산층의 범위를 놓고 대중의 정서와 괴리된 판단을 내려 역풍을 맞기도 했다. 조세분석ㆍ정책기능이 강화되면 소홀했던 여론과의 소통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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