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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신용 경색 우려가 커진 러시아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LG전자는 러시아에서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20일까지 전략 가전 신제품 로드쇼에 나섰다. 아비아파크·아뜨리움·메트로폴리스 등 모스크바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에 체험존을 마련하고 고객들이 프리미엄 가전제품들을 직접 사용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프리미엄 제품의 비중을 늘려 루블화와 함께 떨어지는 LG전자의 마진율 하락을 일부 상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러시아에서 세탁기·냉장고 같은 주요 제품 점유율 1위(매출 기준)를 달리고 있다. 생활가전·에어컨 사업을 담당하는 조성진 LG전자 H&A 사업본부장(사장)은 최근 "러시아 상황이 좋지 않지만 거꾸로 보면 그만큼 브랜드파워를 키우기 유리한 시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도 러시아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며 현지에서 프리미엄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 부문 사장은 지난 3~5일(현지시간) 러시아 정부가 주최한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어떤 악조건이 닥쳐와도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러시아에 진출한 지난 25년간 많은 어려움을 극복했다"며 "우리는 루블화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현지 칼루가 공장에만 2억5,000만달러(약 2,960억원)를 투자했으며 1,500여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전략 TV인 SUHD TV,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한 유럽형 냉장고, 최신 버블샷 애드워시 세탁기에서 파워봇 로봇청소기에 이르는 각종 프리미엄 가전에 대한 현지 판촉·홍보 이벤트를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 러시아 법인의 경우 SUHD TV를 사면 2만루블(약 35만원)에 상당하는 영상 콘텐츠 구매권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실시 중이다.
삼성·LG는 루블화의 가파른 가치하락과 러시아 내수 침체위기가 번지는 와중에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늘려 브랜드 위상을 제고하고 수익성을 방어한다는 전략이다.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는 올해 5월부터 이달 초까지 4개월 동안에만 20% 넘게 떨어졌으며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 위축도 심각하다. 올 들어 7월까지 러시아에 대한 무선통신기기 수출액은 4,500만달러, 가전 수출액은 1억6,500만달러로 각각 64.1%, 54.3%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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