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할 때 터져나오는 타이거 우즈(미국)의 '한 방'은 역시 매서웠다. 우즈가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메이저대회 우승자 4명이 겨루는 PGA그랜드슬램 대회에서 7차례 연속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진기록을 세웠다. 우즈는 23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포이푸비치의 포이푸베이GC(파72ㆍ7,081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쳐 2라운드 합계 8언더파 136타로 우승했다. 3타 앞섰던 짐 퓨릭(미국)에 2타차 역전승을 거둔 우즈는 이 대회에 8번 출전해 7차례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더욱이 메이저 챔피언만 참가하기 때문에 출전 자체도 어려운 '왕중왕전'에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그리고 98년부터 2002년까지 5년 연속 등 모습을 드러낸 7차례 대회에서 연속 우승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것은 프로 초년병으로 어니 엘스(남아공)에 이어 2위를 했던 97년뿐이다. 최근 아시아 원정길에서 2주 연속 우승컵을 빼앗겼기 때문이었을까. 정규 투어 대회가 아닌 이벤트 경기에서 우즈의 표정이 이날처럼 긴장돼 보인 적은 없었다. PGA투어에서 8승을 거두며 화려한 시즌을 마쳤지만 지난 12일 상하이에서 열린 유럽투어 HSBC챔피언스에서 양용은(34ㆍ게이지디자인)에게 우승을 내준 데 이어 지난주 일본투어 던롭피닉스토너먼트에서도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에게 역전패를 당해 자존심이 상했던 터였다. 전날 드라이버 샷 난조로 2타밖에 줄이지 못했던 우즈는 2, 3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 퓨릭에 1타차로 따라붙었지만 얼굴은 밝아질 줄 몰랐다. 6번홀(파5)에서는 퓨릭과 나란히 버디. 결정타는 9번홀(파4)에서 작렬했다. 6번 아이언 세컨드 샷이 짧아 그린에 볼을 올리지 못한 우즈는 약 8m 거리에서 칩샷을 그대로 홀에 집어넣으면서 비로소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며 갤러리를 향해 웃음을 지었다. 퓨릭은 맥이 풀린 듯 4m 남짓한 버디 퍼트를 놓쳐 공동선두를 허용했고 이어진 10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첫날 2번홀 이후 처음으로 단독선두에 나선 우즈는 15번홀(파4)에서 4.5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2m 버디를 놓친 퓨릭을 2타차로 따돌리면서 완전히 승기를 잡았다. 이날 드라이버 대신 페어웨이우드를 자주 잡은 그는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뽑아냈다. 메이저 통산 12승의 우즈는 '메이저 왕중왕'임을 입증하며 우승상금 50만원을 가욋돈으로 챙겼다. 퓨릭은 1언더파(버디 2, 보기 1)로 우즈를 압도하지 못해 2위로 밀리면서 30만달러를 받았다. US오픈 우승자 죠프 오길비(호주)가 3위(25만달러), 2003년 마스터스 챔피언 마이크 위어(캐나다)는 4위(20만달러)로 마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