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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시대… 중산층을 키우자] <1> 왜 지금 중산층인가

이젠 '개천서 용' 힘든 한국… 터널효과로 계층갈등 폭발 우려


작년 중산층 100명중 11명 저소득층 추락… 저소득층→중산층은 통계작성 이후 최소

경제·사회의 허리 약해지고 양극화 심화

"대한항공 사태·들끓는 反롯데 정서 등 富의 편중이 만든 터널효과 서막일수도"


국내총생산(GDP) 3.3% 성장이라는 지난해 경제성적표는 그동안 고속성장한 우리나라의 역사, 다른 나라의 사례 등을 고려할 때 그리 낮은 것은 아니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성장률(1.8%)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그런데도 '불황'이라는 말이 계속 나올 정도로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외환위기 때보다 더 안 좋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유는 뭘까.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3%대 성장의 과실이 대기업, 일부 부자 계층에게만 쏠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우리 경제·사회의 허리인 중산층이 얇아지는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 2013년 중산층이었다가 지난해 저소득층으로 미끄러진 비율은 10.92%(보건사회연구원,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기반 분석)로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불과 1년 동안 저소득층이 된 사람이 100명 중 11명이나 된다는 뜻이다. 반면 저소득층에서 중산층으로 올라선 사람은 적었다. 지난해 저소득층 중 중산층이 된 비중은 22.3%로 통계가 작성된 2007년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월 평균 가처분소득(50~150%)으로 산출한 지난해 중산층 기준은 197만~590만원이다.

OECD 기준 중산층 비중 통계를 보면 더 암울하다. 일단 수치상으로는 중산층 비중이 오히려 올랐다. 지난해 전체 가구의 70%가 중산층으로 분류돼 2013년의 69.7%에서 상승했다. 하지만 이는 경제가 어려워지며 독립하는 가구가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착시현상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가구 소득 단위로 산출하는데 취업난 가중, 결혼기피 현상이 확산되면서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가구가 기존보다 줄어든 만큼 가구당 소득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느끼는 사람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현대연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1.2%가 중산층이라고 답해 공식 통계와 20%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이 비중도 2003년 56%에서 점점 하락하고 있다.

중산층이 홀쭉해지는 현상이 당장 우리 경제를 시스템 리스크 등으로 몰고 갈 '발등의 불'은 아니다. 하지만 서서히 우리 경제를 잠식해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터널효과'다. 꽉 막힌 2차선의 좁은 터널 속에서 옆 차선 차만 빠르게 움직일 때 운전자는 '곧 내 차선도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며 화를 참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옆 차선만 뚫린다면 운전자는 점점 난폭해지고 무리하게 차선을 바꾸려다 사고가 난다는 것이다. 올해 초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태, 최근 끓어오르는 반(反)롯데그룹 정서 등이 터널효과의 서막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국민이 느끼는 고단함이 커지면서 터널효과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 터널효과란

경제발전 초기에는 저소득층이 '부의 낙수효과'를 기대하며 소득 불평등을 용인하지만 경제가 성장했는데도 상황이 지속되면 사회에 불만을 품게 되고 결국 갈등이 증폭돼 성장동력을 갉아먹는다는 이론. 미국의 정치경제학자 앨버트 허슈먼(1915~2012)이 이 이론을 터널 속 교통지체에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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