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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가격인하 바람 거세다/쌍용 주도에 한화·현대정유 가세
입력1997-04-05 00:00:00
수정
1997.04.05 00:00:00
민병호 기자
◎유공·LG도 사실상 인하 “전면전”휘발유 가격경쟁이 재현되고 있다.
쌍용, 한화, 현대정유가 이달들어 휘발유값을 인하한데 이어 최근 유공과 LG칼텍스정유까지 가세함으로써 정유업계가 휘발유값 인하 회오리에 휩싸이고 있다.
휘발유값 인하경쟁은 이달초 한화에너지가 쌍용이 주도해 온 가격인하 경쟁에 가세하면서 부터. 한화는 지난 1일 휘발유 소비자가격을 ℓ당 8백31원으로 파격적으로 낮추었다. 현대정유도 3일 하오 ℓ당 8백32원으로 값을 내렸다.
이렇게 되자 지난 1일까지 ℓ당 8백42원 내외를 유지하던 유공과 LG칼텍스정유도 4일에는 이보다 5∼6원이 싼 8백37원, 8백38원으로 사실상 값을 내림으로써 업계의 가격경쟁은 모그룹의 자존심을 건 전면전 양상으로 바뀌어 버렸다.
업계의 이같은 가격경쟁은 올해부터 시작된 석유류의 가격자유화 바람을 타고 인하폭과 경쟁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장기화 국면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가격자유화로 인해 후발주자들이 현재의 시장구조를 뒤흔들기 위해 가격인하와 서비스 경쟁을 부추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대와 쌍용 등의 후발사들은 설비를 대폭 늘려 충분한 공급능력을 갖추고 있어 유공과 LG정유의 아성에 도전이 가능한 상태다.
이미 쌍용의 김선동 사장은 최근 비공식 모임에서 『협회가 모여 가격을 결정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휘발유값은 수출가격과 시중 판매가격과의 차이 만큼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해 대폭적인 가격경쟁도 벌일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가격경쟁의 정도가 지나칠 경우 자칫 경영상태가 좋지 않은 일부 정유사의 존립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데다 결국은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원유를 도입할때 유전스를 이용한 연불수입방식을 사용하는 정유업계는 지난해 원화에 대한 미국 달러화 환율 인상으로 5천억원 이상의 환차손을 떠안았고 올해 들어서도 지난 3월까지 1천억원이 넘는 환차손을 입고 있다. 여기에 경기침체로 석유류 소비가 줄어들어 내수시장이 유례없이 위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의 이같은 출혈 가격인하 경쟁은 언젠가는 석유제품 가격인상의 형태로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가뜩이나 경영상태가 좋지 않은 일부 후발정유사의 생존자체가 위태로운 상황까지 치달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민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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