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인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금융계는 지배구조에서 여전히 지역색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유관기관은 물론이거니와 금융회사 여기저기서도 영남지역 출신이 전면에 포진하고 있다.
최근 사례를 들자면 한국은행의 신임 금융통화위원 4명 중 3명이 영남 출신이 차지했다. 기획재정부에서 추천한 정해방 위원은 경북고를 나온 TK(대구ㆍ경북)출신이며, 금융위원회 가 추천한 하성근 위원과 대한상공회의소 추천의 정순원 위원은 경남 진주 출신이다. 게다가 기획예산처 차관을 거친 정 위원과 하 위원은 이병박 대통령의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한은 안팎에서는 신임 금통위원들이 친정부 성향을 갖고 있다보니 통화정책에 대한 전문성보다 정치적인 인선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24일 신임 금융연수원장으로 선임된 이장영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도 경북고를 나온 TK 출신이라 뒷말이 무성하다. 금융연수원장은 그 동안 한은 출신들이 차지했던 자리인 터라 '정권 말기 제사람 심기가 아니냐'는 논란을 낳고 있다.
이러한 논란은 정부 유관기관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시중은행에서도 영남지역 출신의 전진 배치로 지역안배의 균형이 깨졌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해 12월 임원급 인사를 단행한 우리은행은 신임 부행장 6명 중 4명을 영남 출신으로 선임했다. 영남 출신 부행장 중 2명은 경북고 동문이며, 다른 2명은 부산과 진주 출신이다.
하나은행도 비교적 지역색을 드러내는 은행으로 꼽힌다. 김종준 은행장을 비롯해 6명의 부행장 중 호남 출신은 단 1명도 없다. 김 행장을 비롯해 3명의 부행장은 서울 출신이며 나머지는 대구(2명)과 대전(1명)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
하나금융지주도 부사장 6명 가운데 서울과 대구는 각각 3명과 2명인 반면 호남 출신은 조봉한 부사장 1명뿐이다. 이러한 현상은 KB국민은행에서는 강하게 나타난다. 행장과 부행장 10명 중 호남 출신은 단 1명에 불과했다.
지역 편향적인 지배구조는 주요 금융지주 회장이나 시중은행장의 출신을 따져봐도 드러난다. MB맨으로 불리는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나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각각 경남 진해와 하동 출신이며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부산 출신의 동향이다. 4대 은행장 중에서는 천안 출신인 민병덕 국민은행장을 제외하고는 3명 모두 대구 출신이라 은행권에서는 영남권 최고경영자(CEO)가 압도적이다.
이밖에 금융감독당국의 수장인 권혁세 금융감독원장과 추경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대구 출신 인사로 꼽힌다.
은행권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아무래도 금융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정부의 간섭과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라 주요 임원 인선에는 출신 지역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앞으로 선진 금융을 지향하기 위해서라면 지역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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