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5년을 맞아 의욕을 불태우던 현정은(사진) 현대그룹 회장이 잇따른 ‘경영 암초’에 위기를 맞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 회장은 대북 관광사업과 현대건설 인수를 그룹 최대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왔지만 금강산 관광객의 피격 사망사고로 그룹 운영 전반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대북사업은 말 그대로 직격탄을 맞았다. 현 회장은 당초 올해 취임 5년을 계기로 백두산 직항로 관광과 금강산 비로봉 개방을 통해 대북 관광사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연내 백두산 직항로 관광이 사실상 무산된 데 이어 총격사건마저 발생해 금강산 관광사업 자체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당장 오는 8월 금강산에서 열릴 예정이던 현대그룹 신입사원 수련회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10월에 평양 유경 정주영체육관에서 개관 5주년 기념식을 갖고 시아버지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업적을 기리려던 행사도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금강산 관광 10주년으로 역사적인 의미가 깊은 해인데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며 “금강산 관광 중단이 장기화된다면 현대아산의 경영 압박도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 내에서는 일단 현 회장의 뚝심을 믿어보자는 분위기다. 현 회장은 지난 2006년 북한의 핵실험 이후 금강산 관광이 존폐 위기에 처했을 때에도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과 만나 금강산 관광 재개는 물론 개성 관광을 추가로 얻어내는 등 뛰어난 수완을 보여준 바 있다. 현대그룹 한 관계자는 “현 회장 취임 이후 본격화된 육로관광과 지난해 6월 시작된 내금강 관광 등으로 6월까지 금강산 누적관광객이 194만명을 넘어섰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며 “현 회장이 취임 후 5년 동안 경영권 분쟁부터 대북 관광까지 수많은 역경을 헤쳐왔기 때문에 이번 난국도 슬기롭게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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