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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2.5%로 인하] 돈 굴릴곳 마땅찮은데… 은퇴자 "울고싶어라"

은행 예금금리 내주 줄줄이 내리고 연금보험 이자도 뚝


한 은퇴생활자가 은행에서 상담을 하고 있다. /서울경제DB

퇴직 후 이자로만 생활하는 현승엽(가명ㆍ63)씨. 그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이자 수익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5년 전만해도 거래 저축은행에 5억원의 예금을 맡기면 어지간한 샐러리맨들 연봉 수준의 이자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현씨가 거래하는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2.6%에 불과하다. 세금을 제하고 나면 월 평균 이자 수익이 100만원이 채 안 된다. 현씨는 "이자 수익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적금을 헐어 생활비로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9일 기준금리를 또다시 내리면서 시중은행들은 당장 다음주부터 일제히 여수신 금리를 인하한다. 대출자들이야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돈을 굴리는 사람, 특히 이자로 생활하는 은퇴생활자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줄어드는 이자수익으로 당장 수입감소를 걱정해야 하는데다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해 마땅히 투자할 곳도 없는 탓이다. 더욱이 일반 금리뿐 아니라 연금보험 이자율까지 낮아지면서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여수신 금리 줄줄이 인하=이날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되면서 시중은행들도 관련 회의를 열어 상품별 금리 인하 폭과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우선 신규 대출자는 오는 13일부터 인하된 금리를 적용 받는다. 기존 변동금리 대출 이용자는 3개월에서 6개월 금리변동 주기에 따라 순차적으로 금리가 내려간다. 그러나 은행이 고시하는 예금 금리는 이르면 다음주부터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은행은 정기예금, 시장 금리부 수시입출예금(MMDA) 등 전반적인 수신금리를 0.1~0.2%포인트 인하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CD와 은행채 연동 대출상품 금리를 이날 시장금리 종가 기준으로 10일부터 조정한다. 신한은행은 3거래일 시장금리 평균을 대출상품 기준금리로 적용하고 있어 당장 이날 시장금리 인하분은 12일부터 신규대출 금리에 일부 반영할 계획이다.

시중은행의 이자 수익 감소도 불가피하다. 금융계에서는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권 전체 순이자마진이 2,000억~3,0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떨어지는 금리… 한숨 짓는 은퇴생활자=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ㆍ4분기 저축성 수신금리는 연 2.88%(6개월 만기)를 기록했다.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하면서 '금리 2%대 시대'에 접어든 셈. 2011년 3ㆍ4분기(3.80%) 대비 시중은행의 수신금리는 24%나 줄어들었다. 시중은행보다 비교적 고금리를 적용해주는 보험이나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수신금리도 2~3%대까지 오그라들었다. 물가와 세금 등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제로에 가깝다. 여기에 추가 기준금리 인하로 이자소득자들이 실제 손에 쥐는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부 안모(56)씨는 "금융시장이 불안해 저축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금리가 너무 낮아 선뜻 은행에 맡기기가 어렵다"면서 "생활은 팍팍해지는데 돈을 불릴 방법은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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