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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민영화 왜 표류하고 있나

최근 한중의 민영화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산업자원부 고위관계자가 한 말이다. 그동안 공적 독점으로 덩치를 키워온 거대 공기업들의 민영화에 재벌과 해외 다국적기업들의 참여를 허용하느냐의 여부를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산자부 관계자의 제의는 정부의 고민을 그대로 드러낸 말이다.원리원칙대로라면 재벌이나 해외기업이나 차별을 두면 안된다. 공기업민영화에도 동등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특정집단의 배제는 국제규범상으로도 어긋난다. 그러나 공기업들을 재벌이나 다국적기업이 소유할 경우 정부가 부담해야 할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 우선 독점으로 굳어져 있는 공기업체제에 경쟁원리를 도입하고 책임경영을 정착시키기 위해 범정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민영화에 재벌들을 참여시킬 경우 국민들의 반발이 불보듯 뻔하다. 공적독점이 사적독점으로 바뀌는 게 무슨 민영화냐는 지적이다. 외환위기이후 가뜩이나 심화되고 있는 부의 집중화현상도 장애요인. 재벌이 각 분야별로 수직독점구조를 갖고 있는 공기업을 단 1개사만 소유하게 되더라도 부의 집중화가 이슈로 등장할 게 분명하다. 다국적 기업의 경우도 비슷하다. 한전, 가스공사, 한중의 노조가 민영화반대논리로 가장 먼저 내세우는 게 외국기업의 국내기업 잠식이다. 외환위기를 전후해 불거졌던 외환문제가 충분하게 해결됐는데 굳이 공기업들을 외국자본에 넘길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다. 그렇다고 주인없는 민영화는 경영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정부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진퇴양난이다. 그럼에도 원칙만 정해놓고 정작 중요한 각론을 정하지 못한 정부의 행보에는 분명한 잘못이 있다. 정부가 제시하는 민영화일정은 아직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또 외풍때문에 원칙 자체가 흔들린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보니 대부분의 공기업민영화일정이 더뎌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전민영화는 법자체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연내 발전자회사 1개사 매각은 이미 물건너 갔으며 내년 전력거래소 설립 자체도 불투명하다. 한중민영화는 최근에 와서야 통합법인 설립원칙만을 정해놓은 상태다. 가스공사는 회사및 노조등 전사적인 반발로 원칙자체가 크게 바뀌었다. 산자부는 원래 2002년까지 가스공사의 도입·도매부문을 3개로 쪼개 모두 민간에 매각할 방침이었으나 2개사만 매각하고 1개사는 가스공사에 남겨두기로 슬그머니 계획을 수정했다. 공기업민영화는 지난 94년 이미 한 번의 실패를 경험했다. 결코 간단치 않은 작업이다. 정부 스스로도 이점은 인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두번의 실패를 겪지 않기 위해서라면 지금이라도 투명한 공기업민영화일정및 방법이 정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조창현(趙昌顯)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공기업민영화에 재벌, 다국적기업을 참여시키느냐의 여부는 서로 상충관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정부가 약속한 공기업민영화가 정치적 논리, 국민감정에 좌우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석기자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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