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국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출구전략 실행 시점이 상당 기간 늦춰질 것으로 예상되자 외국인들은 주식 등 위험자산 쇼핑을 늘려나가는 상황이다. 그래서 국내에서도 달러캐리 트레이드 자금을 바탕으로 한 유동성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관련 펀드로 자금 봇물처럼 유입=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주의 경우 한국 관련 글로벌펀드로 모두 23억4,000만달러가 유입됐다. 지난 2월 셋째 주부터 6주 연속 순유입 추세가 이어졌다. 이달 들어서는 매주 23억~26억달러의 자금이 들어와 증시의 수급여건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한국 관련 글로벌펀드로의 자금유입은 외국인의 공격적인 '바이코리아'로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은 최근 '천안함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13거래일 연속 순매수 랠리를 펼쳤다. 특히 이달 들어 21거래일 가운데 20거래일 동안 '사자' 행진을 펼쳤다. 월간 순매수일을 기준으로 하면 2000년 이후 최장 기록이다. 31일까지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1999년 11월(21일)과 사상 최다 타이 기록을 세우게 된다. 달러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비단 국내 증시로만 유입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당분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자 인도나 대만 등에도 외국인의 주식 사재기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미 미국 다우지수는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기 이전인 2008년 9월 수준인 1만1,000선 근처까지 올랐고 일본 증시도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박찬익 모건스탠리 한국리서치헤드는 "출구전략 집행 시점이 늦춰지면서 국내를 포함한 전세계 증시에서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며 "연초에 은행권을 기웃거렸던 자금들이 다시 주식시장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수호 삼성증권 연구원도 "글로벌 자산시장의 키워드가 '회복'에서 '성장'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글로벌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을 '중립'에서 '긍정'으로 수정한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 저평가∙실적호전도 한몫=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는 것은 저평가 메리트와 기업들의 실적개선 등이 한데 어우러진 결과로 분석됐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 증시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9.4배로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서 아주 저평가된 시장으로 꼽힌다. 이머징마켓의 PER를 보더라도 중국이 13.0배, 인도와 브라질이 각각 16.9배와 12.4배에 달한다. 대만도 13.6배에 이른다. 더욱이 인도네시아와 태국 역시 국내보다 높은 10배 이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1∙4분기 실적이 당초 예상치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지난 분기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보다 5%가량 웃돌 것으로 추정됐다. 유수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의 실적개선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지수(MSCI) 편입 등에 대한 기대감이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수세를 가져오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유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분간 매수세 지속"=최근의 '바이코리아' 분위기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데다 기업실적도 좋다. 더욱이 중국의 긴축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외국인 입장에서는 중국보다 국내 증시에 더 큰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평가된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은 유럽의 재정 리스크 등의 여파로 한국 등 이머징마켓을 성장성은 물론 안전성 면에서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리서치헤드도 "외국인의 활발한 매수세가 적어도 2∙4분기 중반까지는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마주옥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향후 상당 기간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 섣불리 외국인 매수세의 기간과 규모를 단정짓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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