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예금이든 대출이든 금리가 올랐다는 얘기를 들어 본 것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인데요. 최근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올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훈규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구조 개선을 이유로 고정금리대출을 대대적으로 권장하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은 고정금리대출의 이자를 올리며 엇박자를 내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7일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에 주로 활용되는 금융채 상품의 가산금리를 0.1%P 올렸습니다. 앞서 KB국민은행도 같은 달 16일 고정금리 가산금리를 0.1%P 더 받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인상에 나선 곳은 신한은행입니다. 신한은행은 지난 3월 우리, 국민은행보다 두배 높은 0.2%P 올려 가장 발빠르게 대출금리를 인상했습니다.
이에 대해 ‘안심전환대출’ 이후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급증하는 가운데, 유독 고정금리대출 금리만 올려 은행들이 손쉬운 이자 장사에만 매달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강형구 국장/ 금융소비자연맹
“가산금리는 고객의 신용도에 의해서 평가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조정한다는 것은 은행에서 영리를 챙기기 위한 하나의 ‘꼼수 영업’으로 보입니다.”
지난 3월 신규 가계 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은 55.1%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은행권에서는 이처럼 늘어나는 고정금리대출이 부담스러운 분위기입니다.
금리 인상시기가 오면 예금금리도 오르게 되는데 고정금리대출은 낮은 금리가 유지돼 예대마진이 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금리가 내려갈 경우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지만, 오를 경우만 대비해 금리를 올린 것입니다.
은행권에서는 최근 고정금리대출이 변동금리대출보다 금리가 낮은 역전현상이 벌어지는 등 역마진이 발생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은행 관계자
“은행입장에서 금리가 올라갈 때는 예금금리를 올려줘야하잖아요. 조달 금리는 계속 올라가는데 대출금리가 여전히 고정돼 있으니까 계속 낮은 금리로 가야하잖아요. 금리 상승기에는 고정금리가 은행에 불리 하잖아요 많이…”
은행들은 이번 금리 인상의 이유 중 하나로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대출 간의 ‘균형’을 들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고정금리를 올려 고객들을 변동금리상품으로 유도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이는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의 일환으로 고정금리대출을 늘리려는 입장과 정확히 상반되는 모습입니다.
[스탠딩]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시중은행들은 오히려 소리소문없이 고정대출 금리를 올리고 있습니다. 고정금리 대신 변동금리 상품을 더 많이 팔려는 시중은행의 예대마진 장삿속이 고정금리를 밀어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서울경제TV 정훈규입니다.
[영상촬영 장태훈·허재호/ 영상편집 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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