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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률이 예금이자율 추월
입력2004-08-15 11:14:10
수정
2004.08.15 11:14:10
시장 실질금리도 마이너스 돌입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고 금리는 사상 최저로 곤두박질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금 금리를 추월하는 `역전(逆轉)'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세금을 빼더라도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있다는 의미로, 마땅한 대안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연금.이자소득자나 퇴직한 고령자들이 입는 직접적 타격이 매우 커 세율조정 등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5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을 고비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기예금을 포함해 일반 예금금리를 총칭하는 저축성 수신금리(금융채 포함)를 추월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재경부는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수신금리 추이를 조사한 결과 소비자물가상승률에서 저축성 수신금리를 뺀 실질금리(이자소득세율 16.5%를 감안하지 않은 실질금리)가 올 1월 0.75%, 2월 0.72%, 3월 0.8%, 4월 0.6%, 5월 0.52%, 6월 0.23%로떨어지다가 7월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으로 추정했다.
월별로 물가상승률이 수신금리를 웃돈 것은 한국은행이 가중평균 금리를 산정하기 시작한 지난 1996년 이후 2003년 3월(-0.2%)에 이어 두번째이지만 이번에는 고물가와 초저금리라는 추세적인 흐름에 따른 것이어서 사실상 첫 역전이 이뤄진 것으로평가되고 있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4%로 전월보다 0.8% 포인트 올랐지만 저축성 수신금리는 전월과 같은 3.8% 수준을 유지, 실질금리 마이너스 폭이 약 0.6%에 이를 것으로 정부와 금융계는 예상했다.
8월도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장마.폭염에 따른 작황부진과 교통요금 인상에 힘입어 4%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는게 재경부의 조심스런 예상이지만 수신금리는 한국은행이 콜금리 목표를 3.5%까지 인하한데 힘입어 3.8%선 붕괴가 확실시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9월 이후에도 고유가 영향으로 물가상승률이 3%대 후반을 유지하는 반면 수신금리는 시중은행들의 금리인하 러시로 3.6%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있어 실질금리 마이너스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대세다.
이에 따라 올 한해를 기준으로 보면 물가상승률과 수신금리가 거의 같아져 연간실질금리가 제로수준이 될 것이라는게 재경부와 한국은행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연간 실질금리는 지난 96년 5.89%, 97년 6.92%, 98년 5.8%, 99년 6.1%, 2000년 4.71%, 2001년 1.33%, 2002년 2.03%, 2003년 0.55%로 이어져왔다.
그러나 이자소득세(16.5%)를 감안한 엄밀한 의미의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폭이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물가상승률과 수신금리가 3.6%로 같다고 가정하면 이자소득의 16.5%를 세금으로 뗄 경우 마이너스 금리 폭이 0.59%로 작년 0.13%(물가상승률 3.6%, 수신금리4.15%)의 4배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 수신금리 외에도 시장금리도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표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지난 7월 4.08%로 집계돼 같은달 물가상승률(4.4%)을 감안하면 실질금리가 -0.32%로 마이너스에 돌입했고 8월 들어서는 콜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국고채 수익률이 3.7%대(13일 현재 3.74%)까지 떨어지고 있어마이너스 폭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경제연구소 임병준 연구위원은 "실질금리 마이너스 폭이 크면 이자소득에 의존하거나 퇴직을 앞둔 고령자들을 중심으로 소비가 급감할 우려가 있다"며 "비과세 연금이나 복지혜택을 확대하고 세제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동 금융통화위원은 최근 "금리가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고금리 시대에 만들어진 이자소득세 16.5%를 원천징수하는 것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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