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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증시 결산

2000년 증시 결산 사상최악 폭락 "기억하기 싫은 한해" 주식투자자에게 2000년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해로 기록될 것 같다. 투자자들 대부분이 엄청난 손실을 봤고, 일부 투자자들은 빚더미에 쌓여 회환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기업들도 직접금융의 길이 꽉 막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고, 그에따라 기업들의 몰락도 가속화했다. 더구나 개미들이 많이 몰린 코스닥지수는 연말을 앞두고 연일 사상최저치 경신기록을 세우며, 최고점에 비해 81%나 폭락해 개인들은 엄청난 재산손실을 봤다. 거래소시장의 종합주가지수는 52% 이상 하락하며 지수를 산출하기 시작한 지난 80년 이후 가장 큰 폭의 낙폭을 기록했다. 한마디로 사상 최악의 한 해였다. 국가부도 사태인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받은 지난 97년말 종합주가지수가 연초대비 42%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올 한해 증시는 그야말로 지옥 그 자체였다. 거래소시장에서는 지난 4월과 9월에 현물 시장 매매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스가 두번이나 발동된게 이를 증명한다. 서킷 브레이커스는 지수급락으로 투자자들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지난 98년12월 도입된 제도로 종합주가지수가 전일 종가보다 10% 이상 하락한 채로 1분 이상 지속될 경우 발동된다. 사실 연초 종합주가지수가 지난해말 지수보다 오름세를 보여 새 천년 주식시장은 기대와 설레임속에 출발했었다. 증권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지수가 1,500선까지도 상승할 수 있고 코스닥지수는 350선은 무난히 돌파할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을 내놓았었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서 시작된 닷컴주 거품논쟁이 터지고 각종 악재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후 주가는 이렇다할 힘도 써보지 못한 채 500선을 간신히 지탱하는데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정부의 연이은 증시 및 자금시장안정대책 발표와 남북정상회담 등의 호재에도 불구하고 대우그룹의 부도와 현대건설을 비롯한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 정현준ㆍ진승현 사건, 미국 시장의 대폭락, 국제유가급등, 반도체가격의 급락세, 정치권 이전투구 등 각종 국내외 악재가 터져 가뜩이나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더욱 냉각시켰다. 투신권 및 뮤추얼펀드가 고객들의 환매로 기관 투자자 역할을 포기하는 등 만성적인 수급불안으로 휘청거리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악재가 증시를 뇌사상태로 몰아 갔다. 특히 국내에서 통제가 불가능한 해외악재가 더욱 위력을 발휘하면서 증시를 흔들어 놓았다. 미국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올 최고점인 1만1,908포인트 선에서 1만포인트대, 나스닥지수는 5,132포인트에서 2,200포인트대로 주저앉았다. 국제 유가는 한때 4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고 9달러 이상 달하던 64매가D램 가격이 3달러 대로 급락세를 보였다. 미국 증시와 동조화 현상이 심해진 국내 증시가 몰락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이로 인해 거래소시장이 상장기업의 직접자금 조달 시장으로서의 기능이 마비되면서 기업들의 자금난 심화, 그로 인한 자금시장 불안 지속, 지수 하락의 악순환이 꼬리를 이었다. 전업종이 하락세를 보였고 연초대비 상승종목수는 남양 등 153개 종목에 불과한 반면 하락종목수는 삼보컴퓨터 등 686개 종목에 달했다. 이는 전체 거래소 상장종목수의 78.2%에 이르는 것이다. 이에 따라 IMF 구제금융 신청 이후 종합주가지수 280포인트로 급락한 지난 98년6월16일 주가 보다 낮은 종목들이 속출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주가가 지난 98년6월16일보다 하락한 종목은 한스종금 및 한국종금, 중앙종금, 대우, 대우통신, 기아특수강, 쌍용자동차, 현대엘리베이터, 한빛은행, 동산씨앤지, 우방 등 517개 종목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해 그런대로 위안이라면 위안이 됐다. 외국인들은 올들어 26일 현재까지 11조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하며 주식시장의 붕락을 막는 버팀목이 됐다. 이정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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