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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그린스펀 '첫 회동'

부시-그린스펀 '첫 회동' "감세냐"-"채무해소냐" 입장 타진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가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손을 잡을 수 있을까' 18일 오전(현지시간) 부시 당선자와 그린스펀 의장간 첫 대면을 앞두고 세계 경제계의 이목이 워싱턴으로 집중되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한 대규모 감세를 주장하는 부시 당선자가 백전노장 '경제대통령'인 그린스펀 의장을 설득할 수 있을지,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정면 충돌을 벌일지 가늠하는 첫 시험대이기 때문. 부시 당선자는 앞서 17일 기자회견에서 그린스펀 의장의 정책 결정에 간섭을 하지는 않겠다면서도 "감세 규모에 대해선 양보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밝혀 대규모 감세정책을 비판해 온 그린스펀 의장과의 관계에 대한 우려를 자아냈다. 부시 당선자는 3일간의 이번 워싱턴 방문길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 앨 고어 부통령 등에 앞서 우선 그린스펀 의장과 조찬 회동을 갖고 향후 경제 정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부시, "감세는 보험 정책" 대규모 감세는 부시 당선자의 최우선 공약으로 꼽혀 왔다. 경기 후퇴를 막기 위해선 앞으로 10년 동안 1조3,000억달러에 달하는 감세를 실시, 소비와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게 부시가 캠페인 당시부터 내걸은 경제정책의 핵심이다. 자녀 소득공제를 확대하고 결혼 부부에 대한 세금 감면, 상속세 폐지 등 부시의 광범위한 감세정책은 중산층 이상 국민들의 큰 지지를 받은 것으로 평가됐다. 부시 당선자의 표현에 따르자면 감세는 미국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일종의 "보험 정책(insurance policy)". 딕 체니 부통령 당선자도 지난 17일 미 CBS 방송의 프로그램에 출연한 자리에서 "경기가 둔화되는 현 상황에서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며 "이 시점에서 감세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린스펀, "채무 해소가 우선" 부시 당선자의 감세정책은 민주당뿐 아니라 세계 경제를 주무르는 그린스펀 의장으로부터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그린스펀 의장은 감세보다는 막대한 국가 채무를 해소하는데 재정 흑자분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전문가들은 또 최근의 경기 둔화 조짐에도 불구, 그린스펀 의장이 호락호락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 지난 주 발표된 소비자 물가지수가 지난달보다 상승세를 보임에 따라 FRB가 빠른 시일내 금리를 인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FRB의 조속한 금리 인하를 원하는 부시 당선자와 또 한번 엇갈릴 수 있다는 얘기다. ◇밀월이냐 충돌이냐부시 당선자와 그린스펀 의장의 18일 조찬 회동은 미 경제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백악관의 간섭을 무엇보다 싫어한다는 그린스펀 의장이 지금까지 공개석상에서 비판해 온 감세정책을 하루아침에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한 실정인데다, 부시 당선자도 경제에 미치는 그린스펀의 영향력을 감안해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할 전망이다. 그린스펀 의장과의 충돌이 적어도 경제정책 면에서 부시 행정부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FRB에게 조속한 금리 인하를 요구해 그린스펀 의장과 마찰을 빚었던 점을 들어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부시 전 대통령은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FRB가 금리인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지난 92년 대선 패배의 요인이 됐다고 주장했었다. 온갖 논란 끝에 가까스로 워싱턴에 입성하는 부시 대통령이 14년째 FRB 의장직을 맡으며 무소불위의 힘을 과시하는 '노장' 그린스펀 의장과 밀월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정면 충돌로 치달을 지, 부시 행정부 4년의 경제정책은 18일부터 방향을 잡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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