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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않는 새/박원배 산업1부차장 대우(기자의 눈)
입력1997-12-03 00:00:00
수정
1997.12.03 00:00:00
박원배 기자
「울지않는 새」를 처리하는 데는 세가지 방법이 있다고 한다.첫번째는 목을 쳐버리는 것(즉각적인 대책)이며, 두번째는 울게 만드는 것(단기대책), 세번째는 울 때까지 기다리는 것(장기대책)이다.
울지 않는 새는 불필요한 존재다. 최근 우리나라 재벌기업들이 처한 상황에서 이 「새」는 여러가지 뜻을 갖고 있다. 지나친 팽창과정에서 이익이 없는 사업을 안고 있으며 과도한 차입으로 경영부실이 초래됐고 과도한 부동산을 안고 있는 것 등이 이에 속할 것이다. 「울지않는 새」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우리 정부와 기업이 당면한 최대과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지원 체제에서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를 놓고 기업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 울지 않는 새가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지도, 인정하지도 않던 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 혼란을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지금상황에서는 즉시 목을 치는게 최선책이다. 미련이나 체면을 버려야 한다. 울게 만들거나 울기를 기다렸다가는 잘 우는 다른 새까지 죽어버리는 긴박한 상황이다.
『나에게 걸레는 남에게도 걸레다.』 박용만 두산그룹기조실장이 최근 전경련기자들과 만나 한 말이다. 부실기업이나 사업, 「불요불급한 부동산」 등 자신들에게 별 가치가 없는 자산은 다른 사람의 관심도 끌 수 없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아니라는 얘기다. 필요하다면 모기업, 그룹의 모태공장, 노른자위 땅 등 남이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을 내놓아야 한다는 뜻이며 미련이나 체면에 집착하지 말라는 얘기도 된다. 두산은 몇년 전부터 그룹의 모태가 된 공장, 세계 일류기업들의 주식 등을 매각하면서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 벼랑에서 탈출한 성공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이를 총괄해온 최고경영자이기에 결단을 강조하는 그의 말은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꼭 살려야 할 새를 위해서라면 잘 우는 새, 남들이 탐내는 새의 목도 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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