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지수가 3일 연중 최고점을 돌파했다. 추가 상승 기대감보다는 과열 경고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업 실적에 비해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평가가 많다.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유가증권시장 수준에 근접할 정도다. 뚜렷한 과열 신호다.
시장 전문가들은 "실적이 불안하지만 유동성은 풍부한 상황에서 코스닥 대형주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며 "코스닥 대형주의 주가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지만 코스닥시장이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변동성이 큰 만큼 투자의 숨을 한 번 고르고 갈 때"라고 조언했다.
3일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0.47%(2.66포인트) 올라 571.40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장중에는 572.41포인트까지 올랐다. 최근 1주일 동안 꾸준히 연중 최고점(4월18일, 571.23포인트) 돌파를 시도하다 번번이 실패했고 이날 드디어 최고점 돌파에 성공했다. 수급적으로 지수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주체는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전날 614억원어치를 사들여 유가증권시장(322억원)보다 더 많은 물량을 사들이기도 했고 이날도 매수세를 이어가며 108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코스닥시장이 실적에 비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실적 비교가 가능한 679개사의 2·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30조5,1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1조5,639억원)보다 3.34% 줄었다. 영업이익 역시 17.40% 줄어든 1조5,521억원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46.02%나 줄어든 1조2,329억원에 불과했다.
실적과 주가의 괴리가 큰 것은 남아도는 유동성이 엔저 등으로 불안한 코스피로 가지 못하고 코스닥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수상승을 이끌고 있는 코스닥 대형 종목들의 주가수익비율(PER)도 지나치게 높아졌다. 다음(035720)·컴투스(078340)·게임빌(063080)·로엔(016170)·원익IPS(030530) 등 코스닥 대형주들의 실적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실제로 실적이 뒷받침되는 업체들이 나오자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하반기 실적 전망도 여전히 밝기는 하지만 엔터·게임 업체들의 실적은 급변할 가능성도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중소형주 펀드를 운용하는 정재원 IBK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현재 코스닥시장은 이익 성장성을 보이는 종목 위주로 PER가 점점 높아져 가는 반면 전반적인 실적은 부진하다"며 "환율 문제 등으로 대형주의 매력이 떨어지고 유동성이 좋아진 상황에서 코스닥시장이 크게 오르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커다란 대외변수가 등장한다면 폭락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코스닥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의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유가증권시장의 잔액을 추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도 과열의 증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서 지난 1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조5,280억원을 기록해 유가증권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액(2조6,270억원)과 불과 1,000억원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올해 1월 유가증권시장 신용거래융자액이 2조2,898억원, 코스닥시장이 1조8,822억원인 점을 감안할 때 코스닥 시장에서 빚내 투자하는 자금의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는 셈이다. 2011년 2월 신용거래융자가 6조원을 넘었을 때 코스닥시장의 융자 비중은 25%가량에 불과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은 거래소의 11%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신용거래융자 규모가 비슷하다는 것을 보면 시장이 과열됐다"며 "10월 미국의 금리인상 등 통화정책에 변화가 생긴다면 코스닥시장의 버블이 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단기적으로는 저평가된 주식보다는 다소 버블이 있는 업체들을 투자하는 것도 투자 수익률에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장기 성장성을 보고 투자해야 갑작스러운 급락에도 큰 피해를 보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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