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최대 승부처였던 농업에서는 우리 측이 미측의 공세를 방어하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쌀은 개방에서 제외됐다. 막판 쌀 개방을 요구한 미국 측의 의도는 예상처럼 쌀을 지렛대로 다른 농산물 개방을 극대화하는 것이었다. 쌀과 함께 뜨거운 감자였던 쇠고기의 관세(40%)의 경우 우리 측이 향후 15년에 걸쳐 관세를 점진적으로 철폐하기로 했다. 쇠고기 검역조건 간소화와 향후 재수입 조건 완화는 문서로 못박지 않는 대신 책임 있는 당국자가 구두로 의지를 밝히는 쪽으로 양측이 의견을 모았다. 귤의 주산지인 제주도의 최대 관심품목인 오렌지는 국내산 유통기간인 9월부터 2월까지는 현행 50% 관세를 그대로 유지하되 다른 시기에는 계절관세 30%를 7년간 적용한 뒤 철폐하고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을 미국에 연간 2,500톤 부여하기로 했다. 또 민감품목인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각각 5~7년, 10년 등 장기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는 방향으로 의견접근을 이뤘다. 탈지분유ㆍ전지분유 낙농품 등은 현행관세를 유지하는 대신 낮은 관세로 일부 수입물량을 할당해주기로 했다. 식용 감자, 식용 대두, 천연꿀 등도 비슷한 방식으로 개방안에 합의를 봤다. ◇자동차=우리나라의 10%인 자동차 특별소비세를 FTA 발효 후 3년에 걸쳐 5%로 내리기로 했다. 2,000㏄ 자동차에 붙는 특별소비세 10%를 협정 발효 후 3년에 걸쳐 5%로 단계 인하하기로 한 것. 이에 따라 배기량과 상관없이 모든 자동차 특소세가 5%로 단일화된다. 현재는 2,000㏄ 이하 자동차의 특소세는 5%이며 800cc 이하 경차는 현행처럼 특소세가 면제된다. 아울러 현행 5단계인 자동차 보유세가 대형ㆍ중형ㆍ소형 등 3단계로 간소화된다. 관세철폐 부문에서는 미국 측은 3,000㏄ 미만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자국 관세를 즉시 철폐했다. 다만 미국이 고관세(25%)를 유지하고 있는 픽업의 경우 10년에 걸쳐 매년 균등하게 관세를 철폐한다. 우리 측도 평균 8% 이상인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관세를 즉시 철폐하기로 했다. 미국산 차의 국내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기준을 준용해주기로 했다. ◇섬유=가장 큰 실익이 기대됐던 섬유 분야는 19개 분과 중 마지막까지 협상을 진행할 정도로 양측 공방이 치열했다. 우리 측은 연간 23억달러가량인 대미 섬유 수출액의 약 61%에 해당하는 제품들에 대해 즉시 관세철폐를 얻어내 대미 시장접근을 한층 쉽게 했다. 하지만 미국 측의 고유한 원산지 기준인 얀 포워드(Yarn Forwardㆍ원사기준)를 완화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미국 측이 원사기준 적용 예외를 허용해준 품목은 린넨, 리오셀, 레이온, 여성 재킷, 남성셔츠 등 5가지에 국한됐다. 따라서 대미 섬유수출시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며 특혜 관세혜택을 받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미국에 공급이 부족하다고 인정되는 투입재에 대해 의류 및 직물 각 1억㎡씩 발효일로부터 5년간 원산지 예외 쿼터(TPL)를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미국 측은 강력한 우회수출방지 대책을 얻어냈고 대미 섬유수출 급증시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섬유 세이프가드도 받아냈다. ◇개성공단=한미 FTA의 핵심 이슈로 양국 정치권을 달궜던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은 알려진 것처럼 소위 빌트인 방식으로 해결됐다. 양국은 한반도 역외가공지역 위원회를 설치해 북측이 비핵화에 진전을 보이고 북한 인민의 노동 및 인권 개선에 적극 나설 경우 위원회에서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허용을 논의하기로 했다. 양측이 어정쩡하지만 한 발씩 양보해 모 방송국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코너인 ‘같기도’식 해법을 찾은 셈이다. ◇의약품 =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근간은 유지하면서도 약가 결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 외국계 제약사 등의 이의신청절차를 투명하고 독립적으로 보장키로 했다. 카피약 시판허가시 특허침해 여부 검토 제도를 도입하기로 해 국내 제약사의 피해가 예상된다. ◇금융위기시 보호장치 마련=우리 측이 금융위기시 해외 자본유출을 일시적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도입을 요구했던 금융 분야 일시 세이프가드는 부대조건을 달아 도입하기로 했다. 일시적으로 자본유출을 제한함으로써 피해를 받은 투자자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피해를 구제받는 방식은 일단 배제됐다. 국책금융기관(산업은행ㆍ기업은행ㆍ농협ㆍ수협)은 FTA 예외를 인정받았으나 우체국보험의 감독은 강화된다. ◇부동산정책, 투자자-국가 소송 대상 원칙적 제외=투자분과에서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도입됐다. 이에 따라 미 초국적 기업이 정부를 상대로 때에 따라서는 국제 중재기구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및 조세정책은 원칙적으로 소송 대상에서 제외했으나 예외적인 경우에는 허용하기로 해 향후 정부가 부동산정책 등을 추진하다 예기치 않은 난관을 맞을 수도 있다. ◇취업비자 할당 일단 무산=국내 전문직 자격증 보유자들의 미국 진출을 활발하게 보장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미 전문직 비자쿼터 할당은 FTA에서는 일단 무산됐다. 양측은 대신 우리 정부가 별도 협의기구를 미 의회와 구성해 쿼터 할당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기술사ㆍ건축사ㆍ수의사를 중심으로 전문직 자격 상호 인정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무역구제=양국은 무역구제위원회를 설치해 반덤핑 제재 등과 관련, 정기적인 대화를 갖기로 했다. 또 반덤핑 조사 개시전 사전통지 및 협의 가격 또는 물량 합의로 조사를 중단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 데 합의했다. ◇영화ㆍ방송ㆍ통신=73일로 줄어든 스크린쿼터 일수는 다시 늘어날 수 없다. 기간통신사업자의 외국인 투자 지분은 현행대로 49% 미만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15%인 국내 법인 설립을 통한 간접투자 제한은 발효 후 2년 내 철폐된다. 단 KT와 SK텔레콤은 여기서 제외된다. 방송채널사업자의 외국인 의제 규제가 철폐되고 국산 프로그램 방송쿼터도 일부 완화된다. ◇지적재산권 및 노동ㆍ환경=저자권 보호기간은 현행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된다. 다만 발효 후 2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노조ㆍ시민단체 등이 노동법 이행사항을 감시하며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공중의견제출제도 역시 도입된다. 또 무역 및 투자 촉진을 위해 기존의 환경 및 노동 기준을 약화시키지 못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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