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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도 초조한데…
입력2003-07-28 00:00:00
수정
2003.07.28 00:00:00
`미스터 김정일`
`식탁에서 버릇없이 노는 아이`로부터 1년 만에 놀라운 격상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최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부른 호칭에서다. 아무리 뜯어봐도 결코 마주하고 싶지 않을 김 위원장에게 부시 대통령이 큰 마음(?)을 썼다.
이라크를 한칼에 제압한 백악관도 지금 선택의 폭이 별로 없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대목이다. 그 좁은 선택의 근거는 이라크처럼 손을 대기엔 너무도 복잡한 동북아의 지정학적 상황이 우선이다. 그러나 한해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부시의 심기가 불편하다. 자신 만만하던 대선 전선에 먹구름이 잔뜩 껴있다. 이유는 대략 세가지다. 근사하게 마무리 될 줄 알았던 이라크전 뒤끝이 영 좋질 않다. 거기에 북핵의 실타래는 풀리지 않고 있다. 경제도 그렇다. 제대로 돌지 않을 경우 전쟁에 이기고도 선거에서 패배한 선친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백악관의 뜨거운 감자는 북핵 문제다. 최근까지도 미국의 대북 정책은 백악관 내부에서 조차 입장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강경파와 온건파간 대립에 언론까지 가세하며 혼란스런 양상으로 치달았다. 이라크전은 9.11테러에 따른 `안보 교조주의자` 미국인들의 절대적 여론을 등에 업고 일사분란하게 강행됐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한반도 사태가 잘못될 경우 부시의 재집권은 물 건너 갈 가능성이 높다.
백악관의 초조감은 경제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최근 뉴욕 증시의 상승은-앨런 그린스펀 연준리 의장의 유명한 말-이른바 `비이성적 과열`의 냄새가 배있다. 호전됐다는 기업 수익만 하더라도 경기 확장 측면이 아닌 경기 위축 과정의 몸집 줄이기로 인한 수익 개선의 성격이 짙다.
전쟁으로 인한 눈덩이 재정적자, 거기에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로 휘둘러온 감세 효과가 가시화되지 않는 부시 정권의 경제에 대한 초조감 역시 선거와 직결된 문제다. 최근 국제간 최대 쟁점인 중국의 페그제(고정환율제)에 대한 논란은 그 같은 점에서 백악관의 강박관념이 깔린, 다분히 전략적 차원으로 비친다. 중국을 향한 미국의 파상 공세 뒤에는 부시를 미는 제조업체들이 버티고 있다. 가장 강력한 미국의 잠재적 경쟁 상대에 대한 길들이기의 측면도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28일 이라크전 대국민 정보 왜곡과 관련 부시에 대한 탄핵이 민주당내에서 처음 거론됐다고 보도했다. 상황은 이제 부시의 재당선을 예단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가고 있음을 확인해주는 대목이다. 한반도 입장에서 볼 때 부시 재집권은 대북 군사 카드의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북한도, 남한도 남아있는 시간과 선택의 폭을 제대로 저울질해야만 함은 사안의 한시(限時)성이 큰 이유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환율 문제를 필두로 미-중의 경제 힘겨루기에 어떻게 전략적 스탠스를 잡을 지는 양국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에겐 남달리 민감한 사항이다.
한 국가, 나아가 전 세계의 운명이 몇몇 정치인들 개인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 좌지우지 됨은 인간사 최대의 넌센스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일 때 그 판세를 적절히 읽어내는 일은 어쩔 수 없는 생존의 법칙이며 국가 운영의 전략이다. 지금 우리 나라를 앞에서 끄는 국정 책임자들은 평양과 워싱턴, 그리고 뉴욕의 한 복판을 얼마나 꿰뚫고 있는 걸까. 최근 북핵 문제, 국제 경제 흐름에 대응하는 우리 정부의 순발력을 보면 그 대답이 미덥지 않다.
<홍현종(국제부장) hjh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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