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ㆍ철강ㆍ석유화학ㆍ해운 등 대한민국 주력업종의 시황이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28일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 이후 끝없이 추락하던 제품 및 서비스 가격 추세가 지난달 이후 안정을 되찾고 이 달 들어 소폭이나마 상승하고 있다. 민간연구소 한 관계자는 “1ㆍ4분기까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감산 등의 영향으로 악성재고가 거의 해소돼 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D램값 추가상승 여지 많아
◇반도체 = 끝없이 곤두박질치던 반도체 가격이 일단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특히 독일의 D램 업체 키몬다가 파산하고 주요 업체들이 감산에 나서면서 지난 2년 동안 벌였던 ‘치킨 게임’이 막을 내리고 제품가격도 반등할 조짐이다. 이에 따라 ‘바닥을 친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세계 반도체 업계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올해 D램 생산량이 10% 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여 추가적인 가격 상승 여지도 있다. 최근 반도체 가격 추이는 강보합 내지는 상승세다.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실제 1달러 아래로 떨어졌던 1Gb DDR2 D램 고정거래가는 한달 반 동안 0.81달러 선을 지키며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고 16Gb 낸드플래시 고정가도 지난달 1.65달러까지 떨어졌지만 이 달 들어 2달러 선을 회복했다. 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은 최근 “지난 4분기가 바닥이었던 것 같다“며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12월이후 상승 반전
◇철강 = 철강가격에 영향을 주는 철스크랩(고철) 가격 추세가 지난해 12월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 1월까지 이어지고 있다. 텍스리포트(Tex Report)에 따르면 철스크랩 가격은 지난해 6월 톤당 732달러로 고점을 찍은 뒤 급락해 11월 190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12월에는 247달러로 가격을 회복했고 올 1월에는 308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고철 가격 상승이 철강 제품 가격에도 천천히 반영이 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는 조심스럽지만 바닥을 본 게 아닌가 하고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각국 철강회사들이 감산하고 있는 것도 철강 제품 가격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감산이라는 조치가 결국은 가격을 올리겠다는 의도 아니겠느냐”면서 “(감산으로) 철광석 수요가 줄어 원가 부담이 적어지는 반면 제품 가격은 상승해 이익률이 상승하는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운임지수 1,000P선 회복
◇해운 = 발틱운임지수(BDI)가 이 날 1,004포인트를 기록, 약 3개월만에 1,000포인트 선을 회복했다. BDI 지수는 지난해 5월 16일 1만1,459 포인트를 기록한 뒤 끝도 없이 추락해 지난해 12월 5일 663포인트로 최저점을 기록했고 이후 700~800대 초반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최근들어 900포인트 선을 회복하고 잇달아 1,000포인트를 돌파했다. STX팬오션의 한 관계자는 “1,000포인트 돌파로 최저점 대비 40% 가량 회복됐다”면서 “아직 추세가 상승 반전했다고 보기는 이르지만 바닥을 쳤다고는 판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컨테이너선 운임은 아직 바닥이지만 각국의 재고 소진 및 공장 가동률 증가, 경기회복 속도에 따라 해상운임이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HDPE 현물가 900弗대로
◇유화 =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원재료인 나프타 및 기존 제품의 악성재고가 전세계적으로 해소되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유화업계에 따르면 합성수지 제품인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국제 현물 가격이 저점인 지난해 11월 첫째 주 톤당 745달러에서 꾸준히 상승해 최근 900달러대로 가격을 회복했다. 삼성토탈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가을 이후 전세계 석유화학 업계의 화두는 원료인 나프타 및 생산품 재고를 얼마나 빨리 소진 시키느냐 였다”면서 “최근 원료와 제품 가격 추이를 볼 때 악성재고가 거의 해소돼 가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나프타의 경우 지난해 11~12월 톤당 300달러 선이던 것이 지난 22일에는 428.5달러까지 가격을 회복했고 합성수지인 폴리프로필렌(PP) 가격도 지난해 11월 저점인 650달러에서 꾸준히 상승해 최근 800달러 돌파를 넘보고 있다. 국내 메이저급 유화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미 재고 나프타는 모두 소진했고 국제시장에서 값싸게 나오는 새 나프타를 구매해 생산에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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