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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영웅전] 쉬운 길을 놓아두고

제3보(35~54)


박영훈의 특징은 쾌활성이다. 그의 얼굴은 언제나 밝다. 친절하고 낙관적이며 잘 웃는다. 프로기사면 누구나 갖는 대국스트레스를 그는 전혀 받지 않는 인상이다. 마음맞는 친구를 상대로 탁구나 테니스를 치는 기분으로 그는 대국에 임한다. 처절한 것이 승부요 독한 것이 승부사의 첫째가는 요건이라고 믿는 프로기사 가운데 그는 예외적인 존재다. 실제로 그의 바둑에는 독성이 다소 부족하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지난 겨울의 삼성화재배 5번기에서는 다 이겼던 바둑을 조치훈에게 내주기도 했다. (그 대국보는 곧 소개될 것이다) 독성 대신에 박영훈은 절륜한 평형감각을 개발하여 자기의 것으로 삼고 있다. 그것은 전체를 보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뜻도 되고 형세판단에 밝다는 뜻도 되고 전투의 급소를 본능적으로 찾아낸다는 뜻도 된다. 흑35는 타개의 급소. 좌변을 선선히 버리고 좌상귀를 접수하여 흑이 지극히 편한 바둑이 되었다. 흑51로 삭감해 들어간 것이 좀 심했다. 찬스만 엿보던 서봉수가 때를 놓치지 않고 52, 54로 하변을 봉쇄해 버리자 중앙의 흑이 퍽 괴롭게 되었다. 흑51로는 참고도의 흑1, 3으로 삭감해 들어가는 것이 쉬운 길이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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