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규모 자금 회수로 국내 증시가 얼어붙는 데 일조했던 뱅가드펀드가 올해는 '백기사'로 귀환할지 주목된다.
최근 들어 외국인의 매수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뱅가드펀드가 1조원 이상 국내 증시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외국계 증권사는 국내 경기 회복과 증시의 유동성 증가로 코스피가 2,200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3일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글로벌자산운용사인 뱅가드펀드는 올해 국내 증시에서 1조~1조3,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뱅가드펀드는 지난해 펀드 운용 기준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서 런던 증시의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로 변경하면서 한국 주식을 대거 팔아치웠다. 뱅가드는 지난해 상반기 신흥국 펀드에서 보유하던 한국 주식을 약 8조원가량 매도한 뒤 FTSE 기준 선진국 펀드에 포함된 한국 주식을 6조원가량 다시 사들였다. 올해는 6개의 펀드를 통해 지난달까지 국내 주식에 5,00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 말까지 추가로 투입할 자금은 5,000억~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미선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증시에 유입될 수 있는 뱅가드 자금은 총 1조~1조3,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한다"며 "투자 규모는 크지 않지만 외국인 투자자금의 변동성을 일부 완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5월13일부터 현재까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2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외국계 증권사는 외국인의 유동성 확대가 코스피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유동성 확장기에 접어들어 부동산과 주식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연말 코스피가 2,200선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이어 "올해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소비 수요가 개선되면서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4%에 이를 것이며 이보다 상당히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내수시장은 주택시장이 개선되면서 민간소비가 올해 4.9%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올해 한국 기업의 실적은 약 2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이 같은 분석에 기반해 경기민감주·소비주·에너지·화학주·은행주 등을 유망 업종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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