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중남미의 핵심 거점인 브라질에 현대엘리베이터의 생산공장을 짓는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14년 월드컵, 2016년 올림픽 등을 개최하는 브라질의 대규모 신규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인접한 중남미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브라질 남부 히우그란지두술주 상레오폴두시에 1억2,000만달러를 투자해 엘리베이터 생산 시설을 갖춘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재 공장이 들어설 대지를 정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공장은 내년 상반기께 완공될 예정이다.
상파울루주에 이어 브라질에서 두 번째로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큰 히우그란지두술은 브라질 남부의 우루과이ㆍ아르헨티나 등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상레오폴두는 주의 핵심 공업 시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히우그란지두술의 한 상공인은 "대형 인프라 건설 사업이 예정돼 있는 브라질에 글로벌 건설 및 건축 기자재 업체의 진출이 줄을 잇고 있다"며 "현대엘리베이터의 공장 건설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브라질 공장을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현대엘리베이터는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수주 물량을 늘려가고 있다. 올해만 해도 아시아 업계 최초로 초호화 여객선용 엘리베이터 설치 공사를 따내고 이탈리아 밀라노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수주하며 국내 승강기 업체 최초로 유럽에 진출하기도 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재 국내에 경기도 이천과 해외에 중국 상하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해외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추가 생산 거점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고 신흥시장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고 중남미 전체를 공략하기 위해 브라질을 선택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엘리베이터의 투자 결정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룰라 시우바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타르수 젠루 히우그란지두술 주지사가 지난해 맺은 '상호협력 및 교류확대를 위한 양해각서(MOU)'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브라질 정ㆍ재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주지사가 브라질에서 히우그란지두술의 위상을 설명하고 한국 기업들에 투자를 제안했을 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취했다"고 전했다.
현 회장은 지난해 4월 브라질 명예 영사로 임명되는 등 양국 간의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면서 브라질 시장 진출에도 나서 앞으로의 역할도 기대된다. 브라질은 월드컵과 올림픽을 잇따라 개최함에 따라 인프라 구축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이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도 다양한 공사의 수주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09년 베네수엘라 정부청사에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수출하고 올해도 추가 물량을 따내는 등 남미 공략을 강화하고 있어 브라질 공장이 전초기지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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