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는 지난 26일 거래된 두바이유 국제 현물가격이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3.44달러 내린 99.74달러를 기록했다고 27일 밝혔다.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2월21일 배럴당 100.36달러로 100달러를 돌파한 뒤 7개월이 넘도록 100달러를 웃돌았다. 이달 들어서도 110달러 안팎을 오르내렸지만 21일(107.11달러) 이후 하락세로 전환했다. 최근의 가격 하락은 세계경제 침체에 대한 지속적인 불안감으로 석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100달러라는 상징성을 깨뜨렸음에도 큰 폭의 가격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본 대지진, 미국 신용등급 강등, 유럽 재정위기 등 그간 세계경제를 강타한 사건이 적지 않았음에도 100달러선을 지켜왔고 여러 하락요인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90달러까지는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 및 유럽의 위기로 인해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상의 파장이 오지 않는다면 올해 말까지 100~105달러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세신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불황으로 가지 않는다면 올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이라는 예측은 유효하다"며 "현재 하향 방향이 맞기는 하지만 폭은 세계경제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두바이유가 5일 연속 100달러 아래로 유지되면 지식경제부는 현재 '주의'인 에너지 경보단계를 '관심'으로 낮출 수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현재 유가 추이가 일시적인 것인지 불확실하고 정전 사태 후속 조치와도 맞물려 있어 일단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관심은 두바이유 국제 현물가격의 하락세를 계기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국내 기름값이 안정될지 여부다. 국내 기름값에 영향을 주는 국제 석유제품가격도 두바이유 하락에 따라 최근 급격히 떨어지는 양상이다.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보통휘발유 값은 2일 배럴당 127.85달러까지 치솟았고 이후에도 한동안 120달러대에서 소폭 등락을 거듭했다. 그러나 21일(122.57달러) 이후 하락세로 전환, 26일에는 114.92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 휘발유 공급가격도 지난주에 전주보다 리터당 5.0원 내린 944.6원으로 4주 만에 하락했다. 하지만 정유사에서 조정된 공급가로 제품을 일선 주유소에 공급하면 주유소는 1~2주일 뒤에 이를 판매가격에 반영하기 때문에 실제 일반 소비자들이 체감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국제 석유제품가격이 떨어지는 시기와 맞물려 환율이 크게 솟구침에 따라 수입단가가 높아져 이를 상쇄시킬 수도 있다. 한편 이날 런던 ICE 선물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는 0.03달러 내려간 103.94달러에 거래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0.39달러 상승한 80.24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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