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는 아기돼지 뤄시허(羅洗河)를 얘기하기로 한다. 며칠 전에 세계랭킹1위 이창호를 당당히 격파하고 제10회 삼성화재를 차지한 중국 기사 뤄시허9단. 1977년생이니까 이창호보다는 2년 아래고 창하오보다는 1년 연하이다. 올해 29세. 만12세에 입단했으니 창하오(10세입단)나 이창호(11세입단)보다 출발은 늦은 편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중국 기사가 유독 발군의 기록 한 가지를 보유한 것이 있으니 그것은 1백60으로 나타나 있는 아이큐 부문이다. 전세계의 프로기사 가운데 아이큐가 가장 높다. 아기돼지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15세 무렵이다. 90년대초 중국기원이 집중적으로 육성한 6소룡(창하오, 저우허양, 왕레이, 샤오웨이강, 류징, 뤄시허)의 일원으로 강도 높은 훈련을 받을 때였다. 항상 붙어다니는 소년들끼리 서로서로 별명을 지었는데 주로 외모를 야유하는 방식으로 지어졌다. 뤄시허는 정말로 아기돼지를 연상시키는 풍모였다. 지금도 그렇거니와 소년 시절의 뤄시허는 지나치게 뚱뚱하여 보기 딱할 정도였다. 게다가 피부가 백인종처럼 희었다. 15세가 넘었지만 갓난아이처럼 깨끗해 보였다. 그리고 하는 짓이 앙징맞고 귀여웠으므로 아기돼지로 낙착된 것이었다. 다른 소년 기사들이 대개 녜웨이핑(聶衛平)의 제자지만 뤄시허는 마샤오춘(馬曉春)의 제자였다. 중국기원의 실세였던 녜웨이핑은 자기의 제자들에게 많은 특혜를 주었는데 뤄시허는 그 특혜에서 늘 벗어나곤 했다. 그것이 그의 출세를 다소 늦게 만들었다고 평론가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정작 그의 세계챔피언 등극이 늦어진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가 알콜중독자 수준의 모주꾼이라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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