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앞두면 통상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지만 올해는 오히려 개인도, 기업도 돈을 꽁꽁 숨기는 분위기다. 경기전망이 워낙 불투명한데다 정치권이 앞다퉈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으면서 개인들의 가계대출 문제해결은 지연되고 기업들은 뭇매를 맞을까 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 가계는 엄청난 빚에 억눌리고 기업은 '경제 민주화' 바람에 치이면서 내수가 살래야 살 수가 없는 형국으로 몰리고 있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가계소득이 늘었지만 소비는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 2ㆍ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394만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2% 증가했다. 하지만 소비성향은 74.1%로 지난 200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벌이가 나아졌어도 씀씀이는 오히려 줄어들 정도로 가계형편이 나빠진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가계부채에 대한 이자부담이다. 이자비용이 전년 대비 10.1% 증가하면서 이자상환비율은 2.9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경기가 위축되면서 소비도 움츠러들었다. 소비를 줄이면서 대형마트 매출은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이마트 등 대형마트 3사의 지난달 매출은 전년 대비 8.2%나 쪼그라들었다. 내수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계의 가장 큰 자산인 부동산 거래도 '거래공백 현상'이 길어지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6월 주택 매매거래량은 56만9,000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29.3% 급감했다.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의 투자도 바짝 위축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국내 기계수주는 전년 동월 대비 33.5%나 하락했다. 2009년 1월 48.9% 하락 이후 41개월 만에 최대치다.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투자활성화에 나서고 있지만 불투명한 경기에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포퓰리즘식 규제 발표는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의 투자의지를 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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