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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변동 철강업계] 철강업계 4대현안
입력2001-03-05 00:00:00
수정
2001.03.05 00:00:00
구조조정 성과 곧 가시화 한보 매각도 진전
세계 철강업계가 대변혁의 시대를 맞고 있다. 세계적인 공급과잉으로 제품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각국은 철강에 대한 무역장벽을 강화하고 있으며 합종연횡과 전략적 제휴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어느 해 보다 경영여건이 불투명할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우리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업계가 안고 있는 현안을 점검해 본다.
◇가격 언제 회복되나=최근 미국 철강사들이 철강제품 가격 인상을 시도해 주목된다. 미국의 US스틸, 베들레헴, LTV, 이스팻 인랜드 등 10여개 철강사들은 3월 인도분 열연강판 가격을 톤당 200달러에서 240달러로, 냉연강판은 300달러에서 330달러로 10~20%를 인상하기로 했다.
미국에 연간 230만톤 이상을 수출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은 시황 회복에 따른 채산개선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철강가격이 이제 바닥을 쳤으며 미국 경기가 회복될 조짐"이라고 반겼다.
하지만 이번 가격 인상이 전반적인 시장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미국내 철강 수요업체들의 재고가 아직 많이 남아 있는데다 한꺼번에 10%이상 올릴 경우 제품을 구입하기 어려워 일시적인 가격 인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
두자리수 인상폭은 철강업계에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철강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미국이 한국 등 철강 수출국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최근까지 저가 수입철강재의 유입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고 주장하는 미국 철강업체들은 이번 가격 인상으로 채산성 개선을 꾀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도 미 행정부에 반덤핑 제소 등 강도높은 규제를 주문할 것으로 보여 국내 수출업체들의 대폭적인 물량 확대는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미국이 수입규제를 강화할 경우 중국ㆍ러시아ㆍ동구산 저가 수출재가 아시아 시장으로 전환수입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이 경우 미국 시장의 가격 회복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시장은 당분간 가격 침체가 지속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대규모 물량을 쏟아 내고 있는 일본 철강업체들의 감산이 앞으로 철강재 가격 회복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업체들은 지난해 말부터 감산을 추진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성과는 거의 없다"며 "이번 미국 철강업체들의 가격 인상 시도에도 불구하고 3ㆍ4분기나 가서야 시장 여건의 변동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조조정=논의는 활발하다. 아직까지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공감하고 있다. 정부도 자율 감산 및 합병 등 자율적인 구조조정 방안이 마련되면 세제ㆍ금융ㆍ노동 면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현재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는 분야는 전기로 업계와 냉연업계. 전기로 업체들의 생산 능력은 현재 1,700만톤이나 국내 수요는 1,000만톤에 불과해 대부분이 60~80% 가동률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인천제철이 강원산업과 삼미특수강을 인수해 가시적인 성과를 올린 전기로 업계는 지난달 28일 8개 업체 사장단이 모여 자율감산 등에 대한 의견을 조율했다.
업계는 우선 업체간 협력으로 원료 공동구매, 생산 전문화, 공동 판매 등을 통해 설비 효율을 높이고 생산성 향상을 꾀하기로 했다. 이미 지난해말 부터 한보철강과 환형철강이 이 방법을 채용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앞으로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설비는 폐쇄하거나 국내 수요 침체에 대비한 감산 등 구체적인 추진방안을 마련할 계획이어서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기대된다.
국내 냉연업계는 현대의 핫코일 공급건 등으로 다소 문제가 꼬이고 있다. 국내 최대의 냉연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포철은 국내 생산능력이 국내 수요보다 두배 가량 많아 공급과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포철은 현대하이스코가 연합철강과 합병하면 자사의 광양 4냉연까지도 구조조정 대상에 올려 놓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다른 냉연업체들은 해외 수요 등 장기적인 수요를 감안하면 공급과잉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현대하이스코는 국내 냉연업체의 가동률이 85%를 상회하고 있어 과잉이 아니며 국내 수요를 초과하는 생산량은 수출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산자부는 포철이 자동차용 핫코일을 일부 공급하는 조건으로 현대 등 냉연업체들의 감산을 끌어 낸다는 방침이나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 강판용 핫코일을 요구하는 현대측 주장을 어느 정도 포철이 수용하느냐가 이 부문 구조조정의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통상문제=오는 2004년까지 국내 철강 시장에 무관세화가 도입될 예정이고 미국 등 수출국으로부터의 수입규제도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지난 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에 따라 우리나라는 매년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를 낮춰야 하고 2004년에는 이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 당장 올해 지난해 8%였던 관세를 6%이하로, 내년에는 4%이하로 낮춰야 하기 때문에 수입 철강재 수입이 크게 늘 것으로 우려된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무관세화가 되면 전체 철강제품의 수입 증가율이 4.6%에 달해 국내 철강업계에 상당한 타격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국내 냉연업체와 특수강업체의 주력 제품인 아연도강판과 스텐레스강판은 각각 20%와 16.4%, 전기로업계의 주력제품인 철근은 무려 43.2%가 늘 것으로 내다 봤다.
연구원은 대표적 저가품인 철근은 가격 경쟁력면에서 터키, 중국 등의 값싼 제품을 당해내기 힘들고 고부가가치 제품인 아연도강판과 스테인리스강판도 세계적인 공급과잉으로 심한 가격경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적인 수입규제도 대폭 강화되고 있다. 전통적인 수출 시장인 미국, 캐나다, EU등이 자국산업 보호를 이유로 한국 등 외국산 철강제품의 수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 1월 한국ㆍ일본ㆍ스페인산 스텐레스 앵글에 최고 115%에 이르는 예비 반덤핑 관세를 부과, 오는 5월안으로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 대만, 중국, 멕시코 등지로부터도 신규 무역 제소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현재 국내 철강업계는 전세계 11개국으로부터 39건의 수입규제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올해 수출 실적이 지난해보다 5.5% 감소한 72억1,000만달러에 그치고 수입은 3.8% 증가한 71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보철강 매각=지난해 네이버스 컨소시움의 계약 파기로 난항에 부딪혔던 한보철강 재매각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채권단은 지난 1월말 분리 매각쪽으로 방향을 잡고 매각 주산사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인수기획단은 올 9월말까지 매각을 완료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있어 조만간 주간사가 선정되면 매각작업은 급류를 탈 전망이다.
채권단은 "컨설팅 용역 결과 분리매각이 매각 실현가능성, 매각시일 단축, 매각대금 극대화 측면에서 유리하다"며 "한보철강은 설계상 AㆍB지구의 분리운영이 가능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채권단이 분리매각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실적으로 인수 희망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괄매각은 인수대금도 문제거니와 B지구에 대한 추가 투자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보철강 전체 지구의 인수 및 정상화에는 인수자금외에 운영자금, 신규 투자자금 등 총 11억~12억 달러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지구는 인수비용이 적고 가동 중단중인 열연코일(CSP)도 바로 생산할 수 있어 다수의 인수자가 나타날 것으로 채권단은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매각 일정상의 시간낭비를 줄이고 인수업체들의 자금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분리매각을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일괄매각을 주장하고 있는 중후산업은 자금력이 약해 인수후 경영 정상화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지적이다.
지나치게 외부자본을 끌어 들일 경우 원래 부도 원인이었던 높은 이자부담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제2의 부도사태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수업체들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고 과잉상태인 국내 철강산업의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양 지구를 분리해서 매각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라며 "다만 당진 지역 주민 등 지역 경제를 활성화 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정부 등 관계 기관이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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