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베트남 제1의 항구도시 하이퐁과 경제 중심지 호찌민에서 동시에 2개 은행 현지 지점의 개소식이 열렸다. 신한은행의 베트남 12번째 지점과 하나은행 첫 지점이 이날 문을 연 것. 이날 두 은행은 지점설립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서로 주베트남 대사를 모시려고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은행들이 베트남으로 몰려가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린 은행권이 가장 탐내는 곳이 베트남이기 때문이다. 6%대의 경제성장률을 자랑하는데다 동남아시아 국가 중 비교적 지배구조가 안정적이고 국내 기업의 진출도 많아 비교적 이른 시일 안에 수익을 낼 수 있는 입지조건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11개 시중은행이 이미 19개 지점과 6개 사무소를 현지에 열었지만 현지 영업망 수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베트남에 이미 12개의 지점을 낸 신한은행은 다음달 2개를 더 여는 등 현지 영업망 확충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영업범위를 하노이와 호찌민 이외 지역으로 확대해나가기 위한 포석"이라고 전했다.
부산은행의 경우 베트남 호찌민사무소의 지점 전환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은행 고위관계자는 "18일 베트남 정부 고위관계자들과 금융인들과의 만남에서 베트남 당국자로부터 부산은행의 호찌민사무소 지점 전환이 사실상 확정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전날인 18일 국내 금융사들의 원활한 베트남 진출을 요청하기 위해 마련된 이 만남에서는 부산은행 외에도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금융사들의 뜨거운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부반닌 베트남 부총리를 비롯한 베트남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참석하고 임종룡 금융위원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성세환 BNK금융지주 회장, 김주하 농협은행장 등이 자리한 이번 행사에서 금융위원회는 당초 장소를 베트남 관계자들이 묵고 있는 플라자호텔로부터 1㎞가량 떨어진 은행연합회관 뱅커스클럽으로 잡았다가 베트남 관계자들의 오후 일정 등을 고려해 플라자호텔로 변경하는 등 세심하게 배려했다.
부산은행과 마찬가지로 베트남사무소의 지점 전환을 신청한 농협은행 역시 베트남 당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을 펼쳤다. 부반닌 부총리가 우리나라의 새마을운동과 협동조합에 관심을 가졌다는 점을 백분 활용, 경기도 농가 방문 및 농협 하나로마트 견학 등의 코스를 마련하고 베트남 당국자들을 위한 만찬까지 준비한 것이다. 특히 부반닌 부총리와 김주하 행장은 지난해부터 각별한 인연을 쌓아왔다. 두 사람은 김 행장이 지난해 하노이지점 인가협조 요청차 베트남 현지를 방문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현지에서 부반닌 부총리가 새마을운동에 관심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김 행장은 한국으로 돌아온 뒤 새마을운동과 농협에 관련된 자료를 정리해 보내주는 등 공을 들여왔다.
호찌민사무소의 지점 전환이 유력해진 부산은행은 호찌민에 이어 하노이에도 사무소를 설치할 계획으로 오는 24일 한국 방문이 예정된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관계자들에게 부산은행의 해외진출 협조를 다시 한 번 당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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