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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리포트-미국] 애국심열기 또다른 독선 안될까
입력2001-10-03 00:00:00
수정
2001.10.03 00:00:00
지난 9.11 대참사 이후 미국은 성조기 물결로 뒤덮혔다.승용차의 안테나에 꽂은 것도 모자라 차창에도 덕지 적지 미국기를 붙여놓고 다니는 모습은 쉽게 발견된다.
뉴욕시와 뉴저지주를 연결하는 조지 워싱턴 다리에 대형 성조기가 걸렸고, 뉴욕증권거래소(NYSE) 연단에도 성조기가 두개나 장식되어 있다. 성조기를 만드는 공장에는 참사 이전보다 십여배가 넘는 주문이 밀려 밤샘작업을 한다고 한다.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 펜타곤이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은 후 미국은 그 어느때보다 뜨거운 애국심으로 가득 차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연설하는 곳마다 청중들은 'USA'를 외친다. 테러로 숨진 사람들을 위한 헌금이 밀려들어 뉴욕시는 정해진 창구를 이용해주도록 부탁하는 실정이고, 주말 성당이나 교회에서 열리는 기도회에는 그 어느때보다 많은 사람이 숙연한 분위기로 모여있다.
조지아주의 어느 초등학교에선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성조기의 색깔인 흰색ㆍ붉은색ㆍ푸른색의 옷을 입고 나오도록 권장하고 있다는 보도다.
역사 시간에는 미국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토론되고, 아침 조회시간에는 성조기를 흔들며 '신이여, 미국을 가호하소서(God Bless the USA)'를 합창한다.
정치인들도 단결하고 있다. 민주당 리더들은 "9.11 테러 공격 이후 미국에는 야당이 없고, 오직 미국만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대통령의 통상 비상 대권을 반대하던 공화당 보수파들이 아무 말도 못하고 법안을 통과시키고, 예산집행에 관한한 깐깐하기로 유명한 의회가 전쟁 및 복구 비용을 행정부 안보다 2배(400억 달러)나 통과시켰다.
전직 대통령들도 국난 극복에 합세하고 있다. 아버지인 부시 전 대통령은 아들에게 전쟁 수행에 관해 논의하고, 빌 클린턴 전대통령은 뉴욕에서 참사 복구 현장을 격려하고, 기도회에 참석, 미국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부시 대통령에 비판적이던 지미 카터 전대통령은 지금은 칭찬으로 일관하고 있다.
어려운 경제도 애국심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지난 17일 뉴욕 증시가 다시 열렸을 때 경제계 리더들이 애국심에 호소, 주식을 사라고 권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 시장은 "이젠 시가 안전하니 마음껏 쇼핑도 하고, 뮤지컬도 보라"며 소비를 권장했다. 플로리다주의 한 도시의 시장은 '자유를 위한 주말'을 선포하고 시민들이 주말에 집에서 TV만 보지 말고 쇼핑을 함으로써 애국하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미국의 애국심 열기는 또 다른 독선을 만들어 낼 우려를 낳고 있다. 어느 TV 방송 토크쇼에서 참석자가 미국인 정서에 맞지 않는 말을 했다고 해서 광고주로부터 항의를 받는가 하면, 백악관 대변인은 일부 언론이 군에 대해 비애국적인 표현을 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참사에 대해 이상한 발언을 했다고 해서 한 교수는 대학측으로부터 경고를 받았고, 부시 대통령을 비판한 지역 신문 기자 둘이 해고당했다. 참사 현장을 훌륭한 예술작품이라고 묘사한 독일의 한 작곡가는 뉴욕 공연을 못하게 됐다.
역사상 처음으로 본토가 공격당한 만큼 미국인들의 애국심 열기는 이해할만하다. 그러나 그 애국심이 미국 독립정신인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흑백논리로 치달을 것 같아 걱정도되는 상황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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