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의 수익성이 너무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현대건설 매각 이익이 컸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일회성 수익요소가 적은데다 저금리 체제가 이어지면서 예대마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4ㆍ4분기 수익성 전망도 밝지 않아 은행들의 순이익이 지난해 대비 반토막 날 수 있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국내은행들의 순이익은 7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조8,000억원(39.2%) 감소했다고 29일 밝혔다.
3ㆍ4분기만 보면 은행권 순이익은 2조원으로 지난해 3ㆍ4분기보다 3,000억원(12.5%), 직전 분기인 2ㆍ4분기보다 1,000억원(4.15) 줄었다.
올 들어 은행권이 처분한 하이닉스 지분 매각 차익과 지난해 현대건설 지분 매각 차익 등 일회성 요인을 제거한 순이익은 9조1,000억원에서 7조원으로 2조1,000억원(23.1%) 감소했다. 이벤트성 요인을 빼더라도 순이익 감소폭이 20%대에 달하는 것이다.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예대마진 축소가 가장 큰 원인이다. 통상 기준금리가 0.25% 낮아지면 은행들의 수익은 4,000억원가량 줄어든다. 3ㆍ4분기 실적에는 7월 단행됐던 기준금리 인하요소가 반영됐다.
지난해 3ㆍ4분기 2.98%였던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1년 만인 올 3ㆍ4분기에 2.75%로 감소했고 순이자마진(NIM) 역시 같은 기간 2.31%에서 2.06%로 떨어졌다. 이 기간 은행들의 이자이익은 9조9,000억원에서 9조5,000억원으로 4,000억원이나 감소했다.
4ㆍ4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은행들은 주로 4ㆍ4분기에 대손상각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는데다 이달 초 한국은행이 석 달 만에 기준금리를 0.25% 추가 인하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웅진 사태'로 발생한 부실채권까지 더해지면 올해 은행권의 순이익은 지난해의 절반 정도에 그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구조적으로 은행수익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예대마진이 아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비이자이익을 늘려야 하지만 경기불황으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진퇴양난"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