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대한 정부의 선물환 규제 원칙이 세워진 가운데 구체적인 제도가 발표되기 전부터 시장 관계자들이 초긴장상태에 들어가는 등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갑작스러운 외환시장 규제로 외국계 자금이 일제히 채권(원화자산)을 팔고 달러를 사 한국을 떠나는 바람에 채권금리와 환율이 폭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흔들렸던 ‘2007년판 스와프발 파동’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조선을 비롯한 수출업체와 국내 은행, 여기에 달러를 빌려주는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 등 ‘선물환 거래의 3각 축’에서는 벌써부터 거래축소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부작용을 막을 완충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31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정부가 은행의 현ㆍ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자기자본의 50%로 제한하는 현행 법규에 선물환 포지션 제한을 별도로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외국계 은행의 포지션 비율이 대부분 자기자본의 200% 를 넘어 최대 900% 이상인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국내 은행은 대부분 30% 아래였다. 정부가 선물환 포지션을 제한할 경우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이 직접 타격을 받게 된다는 얘기다. 이는 정부가 규제를 강화할 경우 국내 수출업체와 은행에 주된 ‘달러 공급책’ 역할을 해온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의 영업이 직접 타격을 입게 됨을 의미한다. 익명을 요구한 외은지점의 한 관계자는 “선물환 거래를 규제할 경우 스와프시장(원화와 달러 교환시장)에서의 거래규모 축소는 물론이고 거래지점 자체를 서울이 아닌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해외지점으로 옮길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대량 외화유출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현재 국내 선물환시장은 조선 등 수출업체가 미래의 수출물량을 선물환으로 매도하면 국내 은행이 이를 매입하고 국내 은행은 다시 환변동을 헤지하기 위해 외은 지점에서 달러를 차입하는 구조다. 외은 지점은 달러를 빌려주고 원화를 가져가 국내 채권을 매입한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한국채권 매수 잔액은 지난해 초 43조5,000억원 수준에서 지난 5월 70조원을 넘어섰다. 문제는 정부가 선물환 규제를 현실화할 경우 ‘외은 지점 영업축소→달러 공급책 역할 축소→한국채권 매수제한 및 투자자금 이탈’ 등의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선물환시장의 고리를 이루는 3개 축 가운데 하나를 잃어버리는 셈이다. A선물의 한 고위관계자는 “자본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고 투기를 억제하려는 정부의 입장에는 공감한다”면서도 “2007년의 시행착오를 거울 삼아 신규 발생하는 포지션 부분만 규제 대상으로 하는 등의 완충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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