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은행들의 무분별한 단기 외화차입이 거시경제의 하방 위험을 더욱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외화 차입금이 환 위험 헤지가 아닌 중소기업 및 가계대출로 일부 활용됐으며 이에 따라 환 위험에 노출된 기업들의 부실화가 은행의 신용위험을 증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25일 ‘최근 은행 외화차입 증가의 배경과 위험요인’ 보고서에서 금융권의 단기 외화차입 증가가 이 같은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며 감독 당국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신속한 대응을 주문했다. 올 3ㆍ4분기 현재 은행의 단기외채 규모는 934억달러로 2ㆍ4분기 794억달러보다 크게 증가한 상태다. 보고서에서 KDI는 외화차입 급증의 원인으로 환율이 지속적으로 내릴 것이라는 기대가 경제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로 인해 수출기업들이 환 위험 헤지를 위해 선물환 대량 매도에 나서고 이를 매입했던 은행들은 기업들로부터 인수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외화차입을 늘렸다는 분석이다. 미국 금리가 국내 금리보다 높아 달러를 빌려 국내에서 운용하면 손해를 볼 것 같지만 선물환 가격이 현재 환율보다 낮아 금리차를 상쇄하는 이익이 발생한다. 이론적으로 이런 기회는 환율조정을 통해 즉각 없어지지만 실제로는 기업들이 선물환을 계속 내다 팔아 약세가 이어지는 바람에 차입을 늘려 차익거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장기간 유지됐다는 이야기다. KDI는 특히 국내 은행들은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외화대출금이 7조4,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외국은행 국내지점들은 같은 기간 외화차입금이 22조원이나 불었을 뿐 아니라 이 기간 국고채 등 안전자산 투자도 크게 늘어난 점을 근거로 이들이 외화차입 급증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했다. 은행 외화차입으로 환율이 급락하고 총 외채 중 단기외채 비중도 지난해 말 34.6%에서 최근 45%선까지 치솟아 외화유동성이 낮아졌다는 것. 김현욱 KDI 연구위원은 “은행의 단기외채 급증은 거시경제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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