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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재정 더 푼다] 석달만에 거시정책 변경… 경기 살린다지만 하반기 재정절벽 우려

"민간투자 회복 더디고 체감경기 안살아나"

당초 집행목표 55%보다 2~3%P 늘릴 듯

"지방선거 의식한 인위적 부양책" 논란도


정부가 올해 쓰기로 했던 나랏돈 중 60%선에 육박하는 자금을 오는 6월 말까지 푼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올해 상반기 국가재정 조기집행 비율을 지난해(60.3%)보다 대폭 낮춘 55%로 줄이겠다고 밝힌 지 석달여 만에 이뤄진 거시경제정책 기조 변화다. 올해 성장률이 4%로 예상되는 회복 국면에서 또다시 재정 조기투입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이례적인 선택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2·4분기 재정집행 규모를 확대해 상반기 집행규모를 목표치인 55%보다 초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투자 등 민간 부문의 회복세가 견고하지 않고 체감경기가 어려워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경기회복이 본격화할 수 있도록 정책대응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재정집행 비율을 어느 정도 늘릴지는 아직 미정이다. 다만 목표치인 55%보다 최대 2~3%포인트 정도 더 비중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당국자들은 내다봤다. 우선적으로 중소기업 분야는 60%까지 늘릴 방침이다.

정부의 이번 방침은 코앞의 지방선거를 의식한 인위적 경기부양으로 비쳐질 수 있다. 상반기에 돈을 당겨쓰면 그만큼 하반기에 예산이 빠듯해 경기를 가라앉히는 재정절벽이 올 수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과거의 예산지출과 경제성장률 흐름을 돌아봐도 정부가 상반기에 재정지출 비중을 과도하게 높이면 상반기에만 경기가 반짝 살다가 하반기에 추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제4대 지방선거가 있었던 지난 2006년 이후 추이를 보면 상반기 재정집행률이 올해의 목표치(55%)를 웃돌았던 때는 모두 6개년(2007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2013년)이었다. 이 중 절반인 2010년과 2011년, 2012년 당시 모두 하반기에 경제성장률이 고꾸라졌다. 대내외 경기불안 조짐이 보일 때마다 정부가 재정 조기집행 카드를 꺼내드는 경향이 늘고 있는데 그만큼 경기변동성을 키울 위험도 함께 증가하는 셈이다.

물론 여기에는 기저 효과 등 통계적인 요인이 작용한 탓도 있다. 상반기에 돈을 더 쓴다고 반드시 하반기에 재정이 빠듯한 것은 아니라는 항변도 나온다. 기재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해에도 한해 재정지출액의 60.3%를 상반기에 썼지만 연말에는 18조원이나 불용액이 생겼을 정도로 여윳돈이 생겼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난해 불용액이 쌓인 것은 오히려 세입부족에 따른 재정절벽을 우려했던 요인이 컸다. 한 대형 공공기관 임원은 "지난해 경기가 좋지 않아 세금이 최대 10조원대까지 덜 걷혀 나라 재정에 펑크가 날 수 있다는 전망이 계속 제기되자 정부가 연말로 갈수록 불요불급한 지출은 가급적 미루라고 각 부처와 공공기관 등에 지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돈이 남아 불용액이 생긴 것이 아니라 돈이 부족해 과도하게 지출을 하반기에 줄인 것이 이유였던 셈이다.

6·4 지방선거를 불과 50일 남겨두고 느닷없이 거시경제정책 기조를 트는 것도 논란거리다. 유권자들의 지지율을 의식해 단기간에 경기지표를 높이려고 불필요하게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정부의 한 관계자는 "기재부 내에서도 굳이 지출을 더 늘릴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이 있었지만 경기회복의 성과를 보다 더 빨리 내야 한다는 쪽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측은 선거를 의식한 것이 아니라 아직 미지근한 바닥경기에 동력을 불어넣기 위한 차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기재부의 한 간부는 "올해 2·4분기에는 원화강세에 따른 수출실적 위협, 노사관계 불안에 따른 생산차질 우려, 이동통신사 영업정지에 따른 내수 저하 가능성 등이 잠복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정부가 돈을 더 푼다고 체감경기가 살아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정부가 재정집행을 늘려도 그 돈이 기업투자나 가계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금고나 장롱에서 잠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히려 유동성 함정의 위험만 키울 공산이 크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체감경기가 좋지 않은 것은 시중에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업이나 민간의 투자유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잠깐의 재정지출 확대로 단기적인 지표 호전은 이뤄낼 수 있겠지만 체감경기를 살리기에는 부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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