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도 '떠도는 돈' 밀물… 우량中企 선별 영업 적극 확대<br>하반기 경기회복 기대감… 中企 자금수요 크게 늘듯<br>대출 실적 늘어 나겠지만 가계 부채·부동산 PF 등은<br> 은행권 공동 해결 숙제로
새해 국내 주요 은행 및 은행계 지주사는 대대적인 산업구조개편이라는 격랑 속으로 뛰어든다.
KB금융지주는 어윤대 회장 체제의 안착, 지난 연말의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힘입어 새해 공격적인 영업 확대가 기대된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4ㆍ4분기 중 빚어졌던 경영진 분쟁 사태를 사실상 일단락 짓고 올해 1ㆍ4분기 중 재도약을 위한 새 틀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지주는 계획대로 1ㆍ4분기 중 외환은행 인수를 완료하면 은행업계에서 4강의 한 축으로 부상할 수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민영화 작업을 상반기 중 마무리, 글로벌 금융그룹으로서의 재도약을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산은금융지주와 기업은행 민영화 이슈까지 겹치면서 은행권은 그야말로 재도약을 위한 구조개편의 격랑 속으로 파고들게 되는 셈이다.
다만 이 같은 큰 그림은 자금과 사업 영토의 원활한 확보가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 이를 위해 주요 은행들은 나라 안으로는 내실을 다지고 밖으로는 사업 영토를 확장하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밀려드는 부동자금 압박 새해에도 계속된다=이를 위해 국내 은행권은 갈 곳을 잃고 밀려드는 시중자금을 어떻게 수용할지 하는 딜레마부터 풀어야 한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1월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깨고 소폭 인상(2.25%→2.50%)했음에도 불구하고 새해에도 자금시장의 저금리 기조는 좀처럼 깨지지 않아 부동자금의 은행권 유입을 부추길 것으로 전망되는 탓이다. 노진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금리인상 기대에도 불구하고 금융불안 완화에 따른 고수익 투자상품의 수요 확대로 총수신은 소폭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당국은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상반기 3%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인플레이션 압력을 해소하기 위해 금리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의 폭과 속도는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는데다 해외투자자금이 대거 국내 채권시장에 유입되는 상황이어서 저금리기조의 큰 틀이 단기간에 깨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지난 하반기 들어 지난해 11월24일까지 총 20조2,000억원가량의 채권을 순매수해 지난해 11월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를 하향 안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우량 중소기업 선별 지원이 관건=은행권이 이처럼 저금리로 넘쳐 드는 자금을 어떻게 운용하느냐는 올해 은행권의 희비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에는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중소기업들의 자금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자금운용처를 고민 중인 은행권에는 대출영업 확대의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노 연구위원은 "가동률 상향, 설비투자 확충 압력으로 중소기업 자금수요 증대가 예상된다"며 "총대출은 그동안 낮은 성장세를 시현했던 중소기업대출을 중심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권의 대출태도지수는 최근 신용위험 상승으로 지난해 4ㆍ4분기 다소 하락했으나 대출태도는 전반적으로 완화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중소기업 대출 부문에는 곳곳에 지뢰가 깔려 있다. 무엇보다 건설업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문제는 위기의 도화선으로 꼽힌다.
◇가계부채 증가는 공동의 숙제=은행권은 올해 전반적으로 대출 실적 호전의 기대감을 안고 있다. 또한 시장금리가 점진적으로 오를 경우 이에 연동된 은행 대출금리도 함께 단계적으로 올라 순이자마진(NIM) 개선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가계부채 증가 문제는 올해 은행권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올해에도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권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대출금리를 일제히 올리면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한 가계의 부실 위기가 한층 고조될 수 있다.
노 연구위원도 "가계대출은 전세자금대출 수요 확대 및 새희망홀씨대출 등 기타 가계대출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주택경기 회복 지연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부진으로 금융위기 이전수준을 하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은행으로서는 이자마진을 높여, 즉 NIM 개선을 통해 수익을 높일 것이냐, 이자마진을 포기하더라도 부실의 위험을 덜 것이냐 하는 선택의 길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정책적으로 대출금리 인상에 대한 제동 압력이 거셀 것으로 보임에 따라 은행권은 후자를 선택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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