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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투표] 앞당겨진 선거정국… 선심성 정책 남발땐 재정악화 불보듯 ■ 복지 포퓰리즘 시험대에 선 재정정책세제 개편·내년 예산안 싸고 당정, 벌써부터 기싸움 양상"국가 신용등급 조정여부 앞둬 표심에 휘둘려 지출 늘더라도 세금 더 거둬 균형재정 맞춰야"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개표 무산이 정부의 재정정책까지 시험대로 떠밀고 있다. 투표 패배의 책임을 지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조기에 물러나게 되면 당초 내년으로 예상됐던 선거정국이 훨씬 앞당겨져 표심을 잡기 위한 포퓰리즘식 재정지출 정책이 남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오세훈 쇼크'가 자칫 정부의 재정건전성에 흠집을 내는 도화선이 될 수도 있는 상황. 정부와 여당은 오는 9월 발표될 세제개편안과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이미 기 싸움을 개시했다. 김성식 한나라당 정책위 부위원장은 최근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다른 것은 몰라도 세제 문제는 당과 국회의 입장이 중요하다"며 당 주도의 세제개편 의지를 밝혔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도 "만약 오 시장이 9월 말 이전에 사퇴를 하면 10월 중 시장 보궐선거를 해야 하는 데 그렇게 되면 선거를 지원해야 하는 당으로서는 예산편성이나 세제개편 방향을 표심과 저울질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이맘때 세제개편안 당ㆍ정협의를 시작했을 텐데 올해는 당ㆍ정은커녕 정ㆍ청(정부와 청와대)협의도 시작하지 못했다"며 "이런 분위기라면 앞으로 세제개편안 초안을 만들어도 당정협의에서는 크게 바뀔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로 당정은 법인세ㆍ소득세 감세, 세제감면과 관련해 올해 일몰되는 41개 항목의 재정비 문제 등을 놓고 첨예한 입장 차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총 7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41개 세금감면 일몰 항목 중 1조4,000억원가량의 비중을 차지하는 임시투자세액공제 문제를 놓고서는 정부가 일몰 연장 불가를 외치는 가운데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이 최근 일몰 연장안을 내놓아 미묘한 기류가 형성됐다. 영ㆍ유아용 기저귀ㆍ분유 부가가치세 면제 문제를 놓고도 정부가 일몰 연장 여부를 고심하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일몰 연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기업투자를 촉진해 잠재성장률을 높이겠다는 차원에서 추진 중인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에 대해서는 한때 지지입장을 밝혀온 당이 근래에는 반대입장으로 돌아서며 표심의 향방을 살피는 모양새다. 예산 문제를 둘러싼 당정의 갈등도 예고된다. 표면적으로 양측은 최근 예산안과 관련한 2차 당정 회의를 열고 재정건전성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겠다고 거듭 천명한 상태. 하지만 약 90분가량의 회의가 끝난 직후 나온 한나라당의 한 의원이 국회 복도 앞에서 버젓이 예산 담당 공무원에게 지방의 전기공사 관련 민원을 넣는 모습이 기자의 눈에 목격될 정도로 이미 예산민원 러시가 개시됐다. 이에 대해 재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예산의 증액은 국회가 재정부 장관의 동의를 얻어야 의결할 수 있다"며 강력한 견제의지를 다졌다. 이에 대해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정부가 만약 정치적 압력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예산 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만큼 세금을 더 거둬서 균형재정을 실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비과세 감면액의 비중이 국세의 14.7%(30조1,396억원)에 달하는 만큼 이를 얼마만큼 줄여나갈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조정 여부를 놓고 9~10월 중 주요 국제신용평가사들의 방한이 예정돼 있는 만큼 대외신인도를 생각해 재정건전성 유지에 정부와 국회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국 '꼼수'로 전락한 승부수… 오세훈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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