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사진) 포스코 회장이 회사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파이넥스(FINEX) 공법이 전 세계로부터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 파이넥스 1호 수출국인 중국에서 이르면 내년 초 일관제철소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동남아시아와 유엔 경제 제재국인 이란까지 파이넥스 공법을 수입하겠다며 앞다퉈 포스코의 문을 두드리고 있어서다.
권 회장은 최근 열린 기업 설명회에서 "파이넥스 등 포스코의 S급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술 플랫폼 사업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밝혀 포스코를 글로벌 철강업계의 '퀄컴'으로 한 단계 진화시키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3G나 W-CDMA 등 무선 휴대폰와 관련한 특허 기술을 기반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퀄컴처럼 단순히 철강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파이넥스 기술 수출을 통해 특허료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새로운 사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올해부터 파이넥스 공법의 해외 수출을 본격화한다.
포스코가 1조원 이상을 투자해 개발한 파이넥스 공법은 국가 핵심기술이어서 해외에 생산기지를 짓거나 수출하려면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국내용으로만 머물렀다. 또 저품질 철광석으로 쇳물을 생산할 수 있고 경제성이 높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설비의 안정성 문제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외 수출이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파이넥스를 바라보는 글로벌 철강업계의 시선이 확 달라졌다. 중국 충칭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제철소 건립 사업의 경우 당초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으나 중국 정부의 입장이 적극적으로 바뀌며 급물살을 탔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이 사업이 오는 3월까지 중국 정부의 비준을 받아 3·4분기 중 자금조달 방안을 확정하고 이르면 내년 중 착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파이넥스 공법이 해외에서 결실을 보는 첫 사례가 된다.
중국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동남아와 인도·이란 등지에서도 협조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인도 최대 국영 제철업체인 '세일'의 챈드라 버마 회장은 오는 3월 한국을 직접 찾아 파이넥스 공법 진출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버마 회장은 지난달 권 회장이 인도 냉연공장 준공식 참석차 인도를 방문했을 때 직접 대면을 신청해 파이넥스 공법에 대한 높은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 총리 등도 올 초 권 회장과 만나 파이넥스 공법 수출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고 최근에는 이란 정부도 포스코에 공문을 보내 파이넥스 수입 의사를 밝혔다.
권 회장은 이와 관련, "포스코가 세계 시장에서 절대 우위를 범하고 있는 '월드 프리미어' 제품의 판매량이 지난해 1,020만톤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하며 기술 성취에서 인정받고 있다"며 "앞으로는 포스코의 철강·비철·에너지 기술을 하나로 묶어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이넥스공법=가루 형태의 철광석·유연탄을 고체로 만들어주는 소결·코크스 공정을 거쳐야 하는 기존 용광로 공법과 달리 자연상태 가루 모양의 철광석과 일반탄을 바로 사용해 쇳물을 생산하는 설비. 기존 공법에 비해 설비 건설 및 관리비용이 저렴해 제조 원가가 낮고 공해물질도 적게 배출돼 친환경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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