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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감성 유혹하는 영화 향연

'폴락' '왕의 춤' '아모레스…'등 이달 잇단 개봉식상한 할리우드 영화와 조폭류의 한국영화와는 달리 다양한 소재의 유럽권영화와 예술가의 치열한 삶을 그린 작품들이 특유의 매력과 스타일로 관객들을 유혹한다. 10일 개봉하는 '폴락'(미국)과 '왕의 춤'(프랑스) 그리고 '차스키 차스키'(스웨덴), 17일 개봉하는 아모레스 페로스(멕시코)등이 그렇다. 황량해 보이는 인상에서 피어나는 사려깊은 미소가 매력적인 배우 에드 해리스의 감독 데뷔작 '폴락'은 인생의 반을 술에 의지하며 새로움에 대한 열망을 갈구했던 전위예술가 잭슨 폴락에 대한 이야기다. 특히 그의 인생 전반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한 여류화가 리 크레이즈너(마샤 게리 하든)의 집념 어린 헌신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든은 알코올 중독이고 의존적이고 불안정한 폴락을 그의 예술세계에 맹렬히 매진하도록 끈질기게 채찍질하는 잔인하면서도 때로는 따뜻한 여성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내어 올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였다. '왕의 춤'은 '가면속의 아리아' '파리넬리'등으로 알려진 음악 영화의 거장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이 6년만에 선보이는 영화다. 17세기 프랑스 바로크 시대를 배경으로 태양왕 루이 14세와 왕실음악가 륄리, 극작가 몰리에르 등이 펼치는 알력과 갈등, 애증 그리고 예술에 관한 매혹적인 관계를 그린 작품이다. 감독은 직접적으로 루이 14세와 륄리의 연애감정을 드러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전략적으로 서로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 있는 그들의 관계를 암시함으로서 관객에게 상상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영화는 열정적으로 춤추기에 몰두한 루이 14세의 젊은 시절에 초점을 맞춰 그려져 보여지는 바로크시대의 의상과 음악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선사한다. '아모레스 페로스'(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는 세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놀라운 것은 그들 각각이 독특한 스타일을 갖고 있으며 마지막에는 일련의 장르를 순례하는 듯한 인상을 주면서도 동시에 이들 세 조각을 섬세하게 얽혀 놓았다는 것이다. 첫번째 '옥타비오와 수잔나'의 드라마는 핸디 헬드 카메라, 빠른 편집과 비트있는 멕시칸 랩을 이용해 때로는 열정적이고, 때로는 폭력적인 도시의 한 일면을 보여준다. 반대로 유명한 인기모델 발레리아와 성공한 편집장 다니엘의 이야기는 행복한 부르주아의 삶이 뜻하지 않은 사고로 환멸과 좌절만 떠맡게 되는 과정을 마치 스릴러영화처럼 움직임이 거의 없는 컷들로 구성, 정적인 화면 속에서 결코 긴장감을 놓을 수 없도록 만든다. 마지막으로 더 이상 잃을 것도 희망도 없는 게릴라 출신 킬러 엘 치보는 거리를 둔 카메라 움직임과 함께 좀 더 관조적인 시선으로 비추면서 살인 대상이 아닌 그 자신의 삶에 방아쇠를 당기도록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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