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보고서가 채택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1997년 1월 한보그룹을 시작으로 대기업들이 잇따라 무너지면서 다가올 환란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상황. 당시 정권 말기인데다 당장 급한 불을 끄기에도 급급한 정부 입장에서는 금융개혁위원회에 힘을 실어주기 힘들었다. 학계를 중심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개혁안에 한국은행 개편, 감독기구 통합 등 '밥그릇' 문제가 적지 않아 당국조차 "수용할 수 없다"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실제로 금융개혁위원회가 내놓은 보고서는 당시 재정경제원의 반대로 사실상 폐기됐다가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위원회의 보고서를 이행하도록 한 후에야 비로소 빛을 보게 됐다.
김 교수는 우선 "IMF 구제금융, YS 정권 말기인 당시와 비교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아 있는 지금은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했다. 그면서도 "개혁은 그 자체로 어려운 작업이므로 임종룡 내정자는 직을 건다는 각오로 해야 한다"면서 "회의체는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전문가들로 구성하고 올해 안으로 마무리 짓는다는 생각으로 짧고 굵게 처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다만 임 내정자가 전방에 나서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개혁의 대상 중 하나인 당국이 개입하면 결국 반쪽짜리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당시 금융개혁위원회가 전방위적인 개혁안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철저히 당국과 업계 목소리를 배제한 덕분"이라며 "특히 당시 김인호 청와대 경제수석이 앞장서서 위원회의 방패막이 역할을 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금융개혁에서도 업계뿐만 아니라 당국 역시 대상이 돼야 한다"면서 "임 내정자는 개혁에 저항하는 외풍을 막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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