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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기득권 포기 감수"회사는 살린다" 의지표명

[삼보도 몰락, PC산업 벼랑끝에…] TG삼보 법정관리 선택 배경은<br>채권단 공동관리 돌입땐 부채유예 제외등 부담감<br>수익위주 사업구조 개편 구조조정통한 재기 모색

TG삼보컴퓨터가 18일 법정관리 신청을 결정함에 따라 오랜 불황과 침체에 시달려온 국내 PC산업에는 한층 깊은 주름살이 패이게 됐다. 현대멀티캡ㆍ나래앤컴퍼니ㆍ로직스ㆍ컴마을ㆍ현주컴퓨터 등 중견ㆍ중소 업체의 잇따른 부도행진이 이미 국내 PC산업의 암흑기를 예고해왔지만 삼보컴퓨터는 이들과 차원이 다른 ‘국가대표급’ PC업체라는 점에서 충격의 무게가 다르다. PC산업의 전반적 사양화 속에 그나마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온 삼보컴퓨터마저 무너졌다는 점에서 향후 근본적인 산업구조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두루넷과 ODM이 발목 잡았다=삼보컴퓨터의 위기는 지난 96년 자회사로 설립한 초고속인터넷업체 두루넷에서 싹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루넷이 막대한 초기투자에 따른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삼보는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까지 이어진 PC 수요폭증과 주문자설계생산(ODM) 방식의 PC 수출확대에 편승해 중국ㆍ멕시코 등지에 공장을 짓는 등 무리한 설비투자를 단행한 것이 경영위기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 대규모 ODM 수출에 따라 외형은 크게 불어났지만 수익성은 갈수록 떨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한때 계열사가 30여개에 달할 만큼 재벌기업에 버금가는 방만한 경영을 편 것도 위기에 한몫을 했다. 지난해부터 고강도 구조조정에 착수하고 수익성이 높은 자체 브랜드와 노트북사업으로의 전환을 꾀했지만 이미 부실규모는 감당할 수 없이 커진 뒤였다. 삼보컴퓨터의 3월 말 현재 부채는 7745억원으로 자본총액 976억원의 무려 8배로 늘어났다. ◇“수익성 높여라” 업계 발등의 불=업계는 삼보컴퓨터의 몰락이 PC산업의 수익성 악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00년대 들어 PC산업이 단순 조립생산 양식으로 변화하고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치열한 가격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이미 오래 전부터 현실화됐다는 것이다. PC사업 부문을 중국 레노버에 매각한 IBM이나 컴팩을 인수한 뒤 수익성이 악화돼 칼리 피오리나 CEO를 퇴출시킨 HP의 사례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ㆍLG전자 등 대기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노트북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고 중소 업체들은 고정비용을 줄이는 방법으로 저가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PC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시설투자와 가격인하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삼보의 몰락은 예견됐던 일”이라며 “부가가치가 높은 노트북 중심으로 PC사업을 재편하고 프리미엄급 노트북 생산에 주력해 수익성을 담보하는 전략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주연테크 관계자는 “생산규모에 맞는 가격대를 유지해야 하는데 무리한 저가공세로 인해 부실을 초래했다”면서 “주연테크는 대형 브랜드 PC에 비해 고정비용이 적어 저가기조를 유지해도 수익성에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PC산업의 골 깊은 불황은 IT산업 전반의 성장 정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삼보컴퓨터는 산업 전반의 마진이 낮아짐에 따라 어려운 국면을 맞았다”며 “이 같은 상황은 통신산업 분야도 비슷해 그동안 15~20%에 달하던 성장률이 10% 이하로 떨어지자 도산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구조조정 등 중장기 사업전략 수립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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