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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성수기 한국영화 다양한 장르로 공세
입력2003-07-10 00:00:00
수정
2003.07.10 00:00:00
박연우 기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점령한 여름 극장가에 다양한 장르의 한국영화들이 속속 개봉돼 그 결과가 주목된다.
그동안 여름시즌은 한국영화에 비해 외화들이 강세를 보여왔다. 엄청난 물량을 투여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가장 많이 선보이는 때가 여름방학시즌.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개봉될 한국작품은 우선 11일 싸이더스 제작의 `싱글즈`가 있다. 이어 16일 진인사필름 제작의 `똥개`와 화이트리엔터테인먼트 제작의 `청풍명월`이 대표적이다.
외화들로는 일찌감치 지난달 26일과 지난 4일 개봉한 `미녀삼총사2-맥시멈스피드`(20세기 폭스)와 `헐크`(UIP)가 있다. 이어 11일 `브루스 올마이티`(브에나 비스타)와 25일 `터미네이터 3`(시네마서비스)와 `툼레이더 2`(튜브)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미래에서 온 사이보그, 괴물, 초능력자 등 할리우드산 주인공에 맞서, 당당한 독신들의 쿨한 사랑을 경쾌하게 그린 권칠인 감독의 `싱글즈`, 하루하루를 생각없이 보내는 동네 백수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갈등과 사랑을 그린 곽경택감독의 `똥개`, 인조반정이라는 혼돈의 시대를 배경으로 서로를 향해 검을 들어야 했던 비운의 두 검객의 우정을 그린 김의석감독의 `청풍명월`등이 할리우드 영화들의 공세를 넘어 얼만큼의 점유율을 보일지 자뭇 궁금하다.
■싱글즈 = 4명의 남녀 싱글(독신)들을 통해 요즘 싱글들의 성이나 소비문화 그리고 사회적 갈등을 상큼하고 아기자기하게 잘 그려냈다. 둔하고 덤벙대는 나난(장진영), 섹스파트너를 집에도 끌어들이는 연애박사 동미(엄정화), 소심한 순정파의 정준(이범수). 이들은 코흘리개 시절부터 친구인 스물아홉 동갑내기다. 동미는 보증금이 없어 정준의 집에 들어가 동거 아닌 동거중이다.
의상 디자이너였던 나난은 애인에게 차인 이튿날 설상가상으로 생각지도 않던 외식사업부로 발령나고, 동미는 자신의 프로젝트를 가로채고 유혹까지 하는 직장상사의 바지를 벗겨 사람들 앞에 패대기친 후 사표를 던진다.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나난은 증권사 직원 수헌(김주혁)과 연애를 시작하며 생기를 찾는다. 한편 창업을 준비하던 동미는 술에 취해 정준과 동침, 덜컥 임신을 하게 된다.
이 영화의 매력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도 삐거덕거리지도 않는 네 배우들의 자연스런 연기와 우리가 흔히 쓰거나 들어봄직한 대사들이 균형을 잡아 칙칙한 현실과 허무맹랑한 판타지의 균형을 잘 잡았다는 것이다. 사랑과 이별, 섹스와 임신, 동거와 결혼 등 서른 무렵의 남녀를 괴롭히는 문제들을 `쿨`하게 풀어간다.
■똥개 = 캐릭터의 매력이나 입에 착 달라붙는 대사, 에피소드의 아기자기한 잔재미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어렸을때부터 누렁개를 동생삼아 동네 여기저기를 어슬렁거린다해서 `똥개`의 별명이 붙은 철민역을 맡은 정우성 연기또한 훌륭하다. 그러나 소재가 소도시에서 하루하루를 집안일이나 하고 살아가는 20대 청년백수의 일상과 동네 양아치들의 갈등인 관계로 크게 관객을 흡인시키는 일이 없다는 것과 일부 강한 경상도 사투리가 흐름을 정지시키는 것이 단점이다.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경찰인 아버지(김갑수) 밑에서 혼자서 큰 철민은 고교축구부에 들었지만 별 재능이 없었던지 주전자나 나르는 심부름꾼이다. 그러던 어느날 축구부 선배들은 철민이 애지중지하는 똥개를 잡아먹는다. 둔하고 어리버리하지만 어렸을때부터 벗같이 지냈던 똥개를 잡아먹었다는 것에 비분강개해 선배들과 맞짱을 뜨고 그날로 퇴학당한다. 그로부터 5년후 집안일을 도맡아 하루하루를 뭉그적대는 어느날 아버지는 여자애 정애(엄지원)를 데려온다.
■청풍명월 = 최민수와 조재현이 조선의 으뜸 검객으로 맞서는 무협사극이다. 와이어 액션이나 컴퓨터 그래픽을 동원하지 않은 사실적 검술장면과 동해 무릉계곡, 무등산 억새받, 담양 대숲 등 우리 산하를 배경으로 한 무협극이란 점이 평가될 만하다. 그러나 불분명한 캐릭터와 무술의 볼거리에 치중한 나머지 현실성없는 장소의 변화가 관객을 당황케 한다. 또한 반복되는 궁궐수비대와 자객의 쫓고 쫓기는 장면들이 너무 많다는 느낌과 함께 어디서 본 듯한 그림들이 영화보기의 즐거움이 반감된다.
때는 인조반정(1623)이 일어난 지 5년후. 반정 공신인 좌승지와 우승지가 살해되자 조정은 호위청 제일의 무장 윤규엽(조재현)에게 범인을 찾아낼 것을 명한다. 그러나 자객은 삼엄한 경호망을 비웃듯 신출귀몰한 솜씨로 공신들을 차례차례 처치한다. 단서를 찾던 규엽은 자객의 칼에 `청풍명월(淸風)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는 목격자의 말을 득고 범인의 정체를 짐작한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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