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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자영업] <5·끝> 정책 로드맵 새로 그려야

자영업 유입 축소-업종 다각화-안전망 강화… 3단계 연착륙 유도<br>정년연장·재취업 확산 위해 임금경직성 해소 급선무<br>음식·도소매업 편중서 사회서비스업 등 전업 확대<br>도산 충격 완충 가능하게 노란우산공제 문턱 낮춰야

서울 충무로의 한 식당에 점심시간이 약간 지났음에도 손님을 거의 찾을 수가 없다. 위기에 빠진 자영업을 살리기 위해 정책 로드맵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우리나라가 장기간 자영업 대란 문제에 봉착하고 있는 것은 정부가 땜질식 처방에 기대온 탓이다. 정부가 주로 재정을 풀어 자영업자의 일시적인 자금난이나 신용경색을 해소해주는 식으로 정책을 펴다 보니 한계 사업자를 단순히 연명시키기만 할 뿐 근본적인 자영업 창업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는 미흡했다.

이에 따라 단기적인 자금ㆍ신용지원보다는 자영업을 일종의 지역 뿌리 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정책 로드맵을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특히 자영업 위기가 사회 불안까지 이어지는 '자영업 대란'을 막기 위해 3단계로 연착륙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자영업으로 유입되는 인력을 줄이고 기존 인력 업종은 다각화하는 한편 실패자에 대한 사회 안전장치를 보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임금근로자의 임금 경직성을 해소해 정년 연장 및 재취업을 유도하고 ▦자영업 업종을 사회서비스업ㆍ서비스 농업 등으로 다각화하며 ▦노란우산공제 등 생계형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공제제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임금 경직성 해소해 정년연장ㆍ재취업 유도=불과 10여년 후인 오는 2020년대 중반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20% 이상)에 진입한다. 현재 우리나라 연금제도 수준으로는 급증하는 고령자를 감당하는 데 분명히 한계가 있다. 향후 기대수명이 80세를 넘길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일부 자산계층을 제외한 상당수 은퇴 세대는 여전히 일을 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갈 곳이 없어 자영업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노동시장의 임금경직성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은 아직도 연공서열형 임금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근속 연수만 채우면 생산성에 관계없이 많은 임금을 받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정년을 연장하거나 고령자를 재취업시키는 것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임금 경직성을 해소해 적은 임금으로라도 노동시장에서 안정된 일자리를 유지하게 만드는 것은 자영업 위기를 막는 근본 대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가영 LG경제연구원은 "정부가 공공근로를 통해 노령 취업 인구를 직접 흡수하려 하지만 이는 재원상 한계가 있다"며 "결국 고용의 주체인 기업이 임금피크제나 잡셰어링 제도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자영업 업종 사회 서비스업 등으로 다각화=이미 자영업종에 진출해 있는 인력을 대상으로는 정부가 적극적인 업종 다각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자영업은 대부분 음식ㆍ숙박업 및 도ㆍ소매 업종에 집중돼 있으며 이들 분야에서는 특정 시기 '바람'을 탄 업종이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한꺼번에 망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최근 한 집 걸러 하나씩 생기는 커피전문점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미 포화 상태라는 경고음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사회서비스업이나 서비스농업 등의 부가가치를 제고해 자영업자의 전업을 유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우리나라 사회서비스업의 부가가치 비중은 19% 정도인데 이를 선진국인 미국(26%), 프랑스(22%) 수준으로 높이면 사회서비스업이 자영업자의 전업 대안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여성 창업자라면 아이나 노인 돌봄 서비스 등에 진출할 수 있고 지역에 기반을 둔 사람은 환경ㆍ문화 사업과 같은 지역 공동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며 "정부가 이들 업종의 양성화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만들어준다면 자영업 수요 가운데 상당수를 분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귀농ㆍ귀촌 활성화도 자영업 업종 다각화의 한 방편으로 거론된다. 인생 이모작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농업의 부가가치 상승과 체계적인 지원이 동반된다면 귀농ㆍ귀촌은 퇴직 후 제2의 창업 또는 전업 대상으로 안정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노란우산공제 등 자영업자 공제제도 문턱 낮춰야=갑작스러운 경기악화로 자영업자들이 연쇄 도산을 시작할 경우 이를 감당해줄 사회 안전망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은 우리 산업 구조의 가장 취약점으로 꼽힌다.

임금근로자는 실업을 해도 공적 부조를 통해 어느 정도 재기의 시간을 벌 수 있지만 자영업자는 이 같은 완충 장치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한순간에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자영업자의 사회 안전망 확충을 위해 노란우산공제라는 공제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자영업자 고용보험 실업급여 가입제도도 시작됐다. 이 가운데 노란우산공제는 매월 일정 부금을 적립해 폐업시 일시금 또는 분할금의 형태로 목돈을 돌려받는 것으로 공제금이 법에 의해 압류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자영업자가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유용한 제도로 평가 받는다.

그러나 지난 2007년 시작된 이 공제에 가입된 숫자는 아직까지 15만여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 자영업자가 720만명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김 연구원은 "현재는 노란우산공제가 자영업자의 도산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유일한 프로그램인데 가입률이 너무 낮은 것이 문제"라며 "공제 혜택을 보기 위한 요건을 완화하고 연간 300만원으로 제한돼 있는 소득공제를 확대하는 방안 등을 통해 가입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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