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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서울경제신문 |
지난달 말 충남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대변인실. 22명의 직원들이 출근해 조간 뉴스 모니터링을 하며 고령에서 발생한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한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중 아침을 굶는 직원들은 13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이들은 매일 같이 잠에서 덜 깬 감각을 커피로 자극해 업무를 시작한다고 했다.
세종시에는 아직 주거공간이 부족해 주중에 통근버스로 서울·수도권에서 출퇴근하는 직원들이 많다. 때문에 이른 새벽 아침식사를 챙겨 먹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전언이다. 원룸을 얻어서 혼자 지내는 경우도 있지만 식사를 거르는 일이 다반사다.
사연을 신청한 문경덕 사무관 역시 안양에서 오전5시50분에 나와 6시30분 통근버스에 오른다. 세종시에 도착하면 8시30분. 아침은 꿈이다. 그는 "주먹밥으로 가끔 때우는 게 아침의 전부"라며 "아침에 간단한 거라도 먹는 것과 안 먹는 것은 업무 효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식사를 한 지 18개월 만이라는 이정민 주무관은 "점심 전까지 오전에 활력이 없고 기운이 달리는 것을 느낀다"며 "아침식사를 거르니 확실히 점심에 폭식하고 저녁에 과식이 이어져 살이 더 찌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농식품부 대변인실에 제공된 아침식사 메뉴는 CJ프레시웨이가 최근 보라매병원·KB국민카드 등 4개 사업장에서만 제공하고 있는 '503식단'. 한 끼 기준 500칼로리를 최대한 넘지 않도록 하고 3g 이내의 소금만을 사용하도록 설계한 단체급식 프리미엄 건강메뉴다. 흑미밥(209㎉), 미역국(17㎉), 닭살양채무침(53㎉), 양파토핑두부구이(115㎉), 호박볶음(40㎉), 파프리카 피클(29㎉), 참외(16㎉) 등으로 구성돼 총 열량은 479㎉에 해당한다.
메인 메뉴인 닭살야채무침의 경우 단백질은 풍부하고 지방은 거의 없는 닭가슴살을 삶아서 칼로리를 최대한 낮춘 후 데친 숙주와 베이비채소를 저염소스에 버무렸다. 503식단은 보통 곡류군의 경우 200칼로리 기준(3분의2공기)으로 맞추고 단백질이 많이 있는 어육류군은 100~150칼로리 내외로 제한한다. 대신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고 열량이 낮은 채소 반찬의 구성을 늘려 포만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이날 동행한 서보라 CJ프레시웨이 영양사는 "아침식사는 8~10시간의 공복시간을 지나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열량을 공급하는 하루 중 가장 중요한 끼니"라며 "적당량의 탄수화물·비타민·무기질 등 균형 잡힌 영양소를 함께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503식단은 자극을 줄이기 위해 음식재료를 튀기거나 볶는 조리법 대신 오븐을 사용해 굽거나 쪄서 음식의 기름기를 줄이는 한편 재료선택에도 신중을 기한다. 천연재료를 사용한 육수로 맛을 내고 소금을 적게 사용해도 음식의 맛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소스를 직접 개발해 거부감을 최소화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문 사무관은 "아침을 오래 거른 사람들이 갑자기 아침을 먹으면 속에 부담을 느낀다고 하지만 503식단과 같은 건강식의 경우 오히려 속을 달래주는 것 같다"며 "출근한 상태에서 바로 일을 하면 멍한 상태에서 업무를 보는데 에너지가 주입돼서 그런지 능률이 오르고 점심식사에 대한 욕구도 평소보다 덜하다"고 털어놨다.
농식품부는 농협과 함께 쌀 소비량 확대와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쌀 소비촉진 아침밥 먹기 캠페인'을 진행해오고 있다. 한국인의 식품소비 패턴 변화와 식생활 서구화 등으로 쌀 소비가 감소함에 따라 70만농가의 생존이 위협 받고 있어서다. 이 같은 이유로 농식품부 측은 서울경제신문이 진행하고 있는 아침밥 먹기 캠페인인 '굿모닝아침'의 기획 취지에 큰 공감을 표했다. 농식품부는 한국쌀가공식품협회 등과 쌀 소비촉진협의체를 구성해 '맛있는 밥, 건강한 밥, 간편한 밥'을 집중 홍보하며 국민에게 아침밥을 반드시 챙길 것으로 권장하고 있다. 밥상을 차리기 어려운 바쁜 일상에서 간편하게 쌀 식단을 만들 수 있도록 200개 레시피로 구성된 '행복수라상'을 가을에 발간할 예정이다.
'아침식사는 국력의 시초'라는 말을 이날 아침을 같이한 직원 모두 공감했다. 가족의 아침 습관이 정착되지 않을 경우 초중고 학생의 식습관에 불균형을 초래하며 학습 능률 저하에 이어 미래 인재의 체력 저하로 종국에는 국력 약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세종시로 가족이 모두 내려왔다는 최경희 주무관은 "오전 내내 졸다가 점심시간 전에 도시락을 까먹고 휴식시간에 빵으로 다시 배를 채우는 악순환으로 하루종일 능률이 떨어져 학습에도 지장이 생긴다"며 "요즘 아이들이 체격은 좋은데 체력이 약한 것도 아침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불균형적 습관에서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등 떠밀려 겨우 학교 가는 현실에서 학교 문 앞에 푸드트럭이 와 아침밥을 먹고 통학하는 '아침 먹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농식품부는 초등학교 대상으로 쌀 중심의 체계적인 식습관 교육 및 쌀 가공식품 산업 발전을 위해 총 22곳으로 선정한 쌀 가공식품 시범급식 학교를 8~11월 말까지 운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