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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로봇 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섰던 구글이 한국 벤처 인수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특히 인수 제안자가 안드로이드 개발자이자 구글의 로봇전략 총지휘자인 앤디 루빈 부사장인 것으로 드러나 눈길을 끈다.
27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해 11월 KAIST 부총장인 오준호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소장를 통해 연구소 로봇 벤처기업인 ‘레인보우’의 인수를 제안했다. 레인보우는 지난 2011년 오 소장과 이정호 의과학대 교수가 공동 설립한 기업으로 재난구조용 로봇으로 해외에서 더 유명한 ‘휴고2(HUGO2·사진)’를 생산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인수를 제안한 주인공이 구글의 루빈 부사장이었다는 점. 루빈은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장본인으로 현재는 구글에서 로봇 개발 전략을 총지휘하고 있는 인물이다. 특히 그가 레인보유 인수를 타진했던 지난해 11월은 구글이 일본의 샤프트 등 8개 관련 벤처를 인수하며 로봇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던 시기다. 그만큼 한국 로봇 기술을 높이 평가했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당시 루빈 부사장은 레인보우가 보유하고 있는 로봇의 소스코드 공개 대가로 수 백만 달러를 제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레인보우 측에서 이를 거부했고 결국 구글은 ‘휴고’ 2대를 사가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인수 제안을 직접 받았던 오 소장은 “루빈이 레인보우를 미국 실리콘밸리로 옮기고 소프트웨어 소스코드를 공유해 자신과 함께 로봇을 개발하자고 했지만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그때 그의 제안이 회사를 사겠다는 것임은 나중에 다시 만났을 때 알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구글이 이처럼 로봇산업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것은 스마트폰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루빈 부사장 등은 지난해 미국 팔로알토에서 전 세계 로봇 벤처인들과 함께 2시간 가량 토론하면서 “이 중요한 로봇산업이 왜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지 모르겠다”며 “소프트웨어부터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연구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 지 연구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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