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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면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 얻어낼 것으로 확신합니다.” 8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리는 뮤지컬 ‘겨울나그네’의 연출을 맡은 윤호진(58ㆍ사진) 에이콤 인터네셔널 대표는 오는 12월 1일 공연을 앞두고 마무리 연습에 한창이다. 오랜만에 공연하는 이번 작품은 앞으로 매년 번갈아 무대에 올릴 그의 창작 레퍼토리 중 하나다. 국민 뮤지컬 대접을 받고 있는 명성황후와 2002년 초연했던 몽유도원도까지 세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각오다. 최인호의 원작소설을 뮤지컬로 만든 ‘겨울나그네’의 마무리 연습에 한창인 윤 대표를 28일 만났다. 티켓 판매가 어떤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너무 오랜만에 무대에 올려 팬들이 다 떠났다. 인기에 편승할까도 생각해봤지만 이럴 때일수록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작품은 전체적인 규모를 줄이고 연극적인 섬세한 감정선을 살렸다“면서 “잃어버린 순수, 엇갈린 운명 등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체홉의 ‘갈매기’가 겨울나그네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에 주인공인 민우와 다혜와 현태를 연극반 동아리로 끌어들였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은 무대장치도 확 바꿨다. 극의 전개와 맞물려 무대에는 4계절이 아름답게 펼쳐지면서 슬픈 사랑이야기가 전개된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기대해도 좋다”며 윤 대표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연극 ‘갈매기’를 극중에 삽입한 것은 그의 대학시절 추억이 담겨있다. 그는 “부모님의 반대로 연극영화과 대신 홍익대 정밀기계학과를 입학했지만 학업보다는 연극반 활동이 전부였다”며 “이번에 바뀌는 부분도 당시 연극반 활동의 기억을 더듬었다”고 말했다. 감각의 시대에 왜 하필이면 슬픈 이야기를 골랐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대뜸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등 명작이라고 할 만한 작품들은 모두 슬프다. 지금 감각적인 것이 먹혀 들어가는 듯 해 보이지만 관객들은 따뜻함을 그리워하고 있다. 거기에 딱 맞는 작품이 바로 겨울나그네”라고 말했다. 그는 20년 넘게 창작뮤지컬에만 전념해 온 집념의 사나이로 통한다. 창작뮤지컬에 대한 그의 관심은 70년대 극단 실험극장 감독 시절 영국연수를 다녀와서다. 그는 “더 늦어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이었다”며 “시스템이 부족하다고 창작뮤지컬 안 하면 관객들이 나중에는 만들어도 안 본다”고 말했다. 위기감은 그를 84년 서른 일곱의 늦은 나이에 뉴욕 유학을 서두르게 했고, 남들이 뜯어말리던 ‘명성황후’를 4년에 걸친 준비 끝에 95년 첫 무대에 올렸다. 10년 동안 800회 이상의 국내 공연과 뉴욕ㆍ런던ㆍ캐나다 공연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윤 대표는 “뮤지컬을 시작한지 10년 만에 브로드웨이에, 20년 만에 웨스트엔드에 갔다”며 “명성황후를 본 해외 관객들에게 내가 처음 오페라의 유령을 봤을 때 만큼의 충격을 안겨줬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공연시장 확대의 관건은 창작 뮤지컬이다. 수입품 입맛에 더 익숙해지기 전에 관객들의 수준에 맞는 창작품이 더 많이 제작돼야 할 것”이라며 “가격을 낮추기 위한 장기공연과 이를 위한 전용 극장은 뮤지컬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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