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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극장서 만나는 독립영화

일반극장서 만나는 독립영화제작열악함 극복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매년 수백편씩 만들어지는 국내 독립영화들이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제작기간만 3년 이상 걸린 독립영화 한편이 전국 4개 스크린에서 상영돼 일반관객들과 만난다. 서울 종로 시네코아, 부산 시네마테크, 제주극장등서 15일 걸릴 류승완 감독의 4부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가 그것이다. 시네코아와 시네마테크 만이 16MM 영사기가 있고 나머지 극장은 도청등에서 빌려 상영한다. 또한 서울 시내 일부극장서는 제작사가 영사기를 제공하면 개봉을 고려해보겠다는 의사를 밝혀 상영관수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죽가나 혹은 나쁘거나」는 결코 만만한 기획이 아니었다. 지난 97년부터 제작된 이 영화는 웬만한 대작영화에 버금가는 기획과 노력이 투입된 작품. 메이저 제작사의 거대 자본이 없을뿐 이 영화의 새로움은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능가한다.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가 쓰고 남긴 자투리 필름에 자비 400만원을 들여 97년 단편 「패싸움」을 만들었다. 「패싸움」은 98년 부산단편영화제 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이 수상금과 약간의 자비를 들여 단편 「현대인」을 만들었다. 이 단편영화 역시 99년 12월 한국독립 단편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액션배우 겸 감독」 류승완은 단숨에 단편영화계 스타가 됐다. 류감독의 재능과 열정을 알게 된 신생영화사 CNP엔터테인먼트가 나머지 단편「악몽」과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제작비를 지원했다. 물론 출연배우등 모든 스태프들은 노개런티다. 영화가 일반 극장에 상영돼 이익이 발생했을때 가져가겠다는 조건. 영화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이 의기투합해 만든, 보기드문 작품이다. 평소 류감독과 뜻을 같이 하는 충무로 스태프들이 틈틈이 자기 영화의 제작기간을 피해 이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 그들은 영화의 액션 부분 중 자신과 가장 스타일이 잘 맞는 부분들에 합류했고, 단 기간인만큼 손실없는 기량을 선보일 수 있었다. 릴레이 무비에서만 가능한 형상미학이다. 4부 총 제작비는 6,500만원. 관객 1만여명만 들어도 제작비를 뽑을 수 있다. 98년 영국의 히트작 「풀 몬티」가 미국의 최고영화 「타이타닉」보다 투자대비 이익금을 500배 더 벌어들였다. CNP등 영화 스태프들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가 한국의 「풀 몬티」사례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편 「죽거나…」는 구성면에서도 「릴레이」적 속성을 띠고 있다. 열등감에 찌든 공고생 석환, 성빈과 예술고 학생들의 치기어린 싸움을 그린 1부 「패싸움」, 감옥에 갔다온 성빈이 자신에게 죽은 현수의 악령과 싸우는 2부「악몽」, 경찰이 된 석환이 조직폭력배 보스를 검거하기 위해 싸우는 3부 「현대인」, 고등학생 석환의 동생이 성빈을 따라 폭력배가 되어 조직간의 혈전이 펼쳐지는 4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구성된다. 네 개의 에피소드는 단편으로서의 완결된 구조와 주제를 갖지만, 장편으로 묶이며 또 다른 재미를 준다. 그러나 「넘버 3」「세기말」등의 영화들이 주제나 극의 진행에 따라 분리되는데 비해 이 영화는 에피소드마다 뚜렷한 장르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있다. 네 개의 에피소드가 각각 액션, 호러, 세미다큐, 갱스터로 구성돼 하드보일드 액션의 진수를 맛보게 해준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를 코미디만 빼고 한편 안에서 넘나들 수 있기 때문』이라는게 이색적 구성에 대한 류감독의 설명. 고교시절 패싸움을 벌이다 결국 살인사건이 발생되고 이후 깡패와 경찰로 운명이 갈린 두 친구의 삶을 다양한 형식으로 그려나간 수작이다. 양식적이고 스타일이 뛰어난 액션에서 개싸움 같은 난투극, 뒷골목 언어를 생생히 살린 대사에 적당한 유머까지 갖춘 영상언어는 종국에 이르러 폭력의 악순환에 대한 탄식, 삶을 멋대로 휘저은 채 엇나가기만 하는 운명에 대한 한숨을 길게 토해낸다. 연출, 각본, 주연, 무술지도를 한꺼번에 다 해낸 류승완 감독의 능력과 열정 그리고 그에 대한 화답으로 모든 스태프진이 참여해 만든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박연우기자YWPARK@SED.CO.KR 입력시간 2000/07/03 18:52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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