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신세계가 오는 2017년 경기도 남부 신상권으로 꼽히는 오산과 안성에 각각 교외형 복합쇼핑몰을 세우고 또다시 영토전쟁에 나선다. 그동안 유통업계 맞수로 백화점·대형마트·프리미엄아웃렛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같은 상권을 놓고 소송을 불사할 정도로 치열한 다툼을 벌여온 두 기업이 이번에는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복합쇼핑몰을 놓고 처음으로 맞붙게 됐다. 롯데와 신세계는 주력인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성장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복합몰 사업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번 경기 남부 상권은 물론 향후 개발이 진행되는 신도시 교외나 도심 재개발이 예상되는 지역에서 계속해서 생존을 위한 '사생결단' 경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신헌 롯데쇼핑 대표와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19일 경기도 오산시 부산동에 부지면적 12만6,000㎡, 연면적 22만㎡ 규모의 복합쇼핑몰 '펜타빌리지'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투자금액은 3,500억원 수준으로 롯데쇼핑은 이곳에 쇼핑몰은 물론 아웃렛·영화관·문화센터·키즈테마파크·생태공원 등을 조성하기로 했다. 동탄신도시·세교지구·고덕신도시 등 신도시 인구는 물론 서울~용인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등을 타고 접근할 수 있는 수도권 및 충청권 수요까지 끌어들일 계획이다.
신 대표는 "복합쇼핑몰 조성을 통해 일자리 창출, 관광객 유치 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며 "오산 펜타빌리지를 수도권 남부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도 남부의 랜드마크는 이미 신세계가 선점한 상태. 신세계는 인구가 늘고 있는 수도권 남부 신도시 상권을 잡기 위해 롯데의 사업부지인 오산에서 20㎞ 정도 떨어진 안성에 복합쇼핑몰을 세우겠다는 청사진을 지난 2010년에 내놓았다.
당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안성 복합몰을 경기 남부 최초의 복합쇼핑몰로 지역 주민들의 라이프스타일 센터이자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꾸밀 계획"이라며 "대형화·복합화를 핵심으로 수도권의 새 랜드마크로 만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안성 복합몰에 대한 신세계의 투자 규모도 롯데와 비슷한 4,000억원, 오픈 시기도 2017년으로 겹친다. 둘 중 누가 먼저 승기를 잡고 경기 남부권의 랜드마크 타이틀을 얻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와 신세계는 역사적으로 백화점부터 대형 할인점, 프리미엄아웃렛에 이르기까지 매번 인접지역에서 점포를 내고 영토전쟁을 벌여왔다"며 "양쪽 모두 상권을 분석하는 눈과 발전 가능성을 판단하는 관점이 비슷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맞붙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경기 남부 복합몰 경쟁에 앞서 지난해 12월 롯데가 경기도 이천에 프리미엄아웃렛을 오픈하면서 인근 신세계 여주 프리미엄아웃렛과 치열한 상권경쟁에 돌입했다. 신세계는 롯데의 도전에 맞서 여주 프리미엄아웃렛 부지를 두 배로 늘리는 리뉴얼 공사로 반격에 나섰다.
2009년에는 경기도 파주에서 롯데가 임대차계약을 맺고 부지 소유주와 매입 협상을 진행하던 중 신세계가 해당 부지를 사들이면서 먼저 프리미엄아웃렛을 개장해 파주시가 분쟁조정에 나서기도 했다. 현재 양사는 경기도 파주에서 프리미엄아웃렛을 나란히 운영하고 있다.
양사의 영토전쟁은 프리미엄아웃렛뿐만 아니라 지역 불문, 사업 불문 '자존심 경쟁'으로 확전되고 있다. 인천에서는 신세계 인천점이 들어서 있는 인천터미널 자리에 신세계의 임대차계약이 만료된 뒤 롯데가 전격적으로 인천시와 계약하면서 양사 간 감정싸움이 소송으로까지 번졌다. 파주에서 신세계에 밀렸던 롯데는 신세계 인천점은 물론 터미널 일대 대규모 부지를 개발해 '인천판 롯폰기힐스'로 기존 신세계 인천점을 압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반면 대구에서는 롯데가 먼저 진출해 향토 백화점들을 누르고 지역 유통 강자로 군림한 가운데 신세계가 진출은 늦었지만 '규모의 경제'로 롯데를 1위 자리에서 밀어내겠다고 공언했다. 신세계는 올 2월 대구 동대구 복합환승센터 기공식을 열었으며 2016년까지 이곳에 명품 백화점과 키즈테마파크·영화관 등이 모두 들어서는 지역 최대 규모의 복합쇼핑몰을 올릴 계획이다.
유통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소득 수준 향상과 함께 단순 쇼핑이 아니라 여가생활까지 누릴 수 있는 복합시설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신세계와 롯데 모두 복합몰을 전략사업으로 보고 있는 만큼 양사의 자존심을 건 영토싸움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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