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이후 성장 둔화로 고전했던 셋톱박스 업계가 최근 부활의 날개를 활짝 펴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셋톱박스 업체들은 최근 디지털 컨버전스 추세에 힘입어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토필드는 아예 마진이 적은 국내 시장은 포기한 채 고부가가치 제품을 내세워 해외 시장을 중점 공략하고 있다. 효자 상품인 PVR(개인영상녹화기, 디지털방송수신기에 동시녹화와 재생기능을 탑재한 차세대 디지털 방송기기) 복합형 셋톱박스를 무기로 디지털방송 선진국인 독일 등 유럽시장에서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체 기술력으로 유료채널 2개 이상을 동시에 녹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PIP(화면분할) 및 MP3 탑재 기능까지 가능한 ‘차세대’ PVR도 선보였다. 토필드는 올해 PVR의 매출 비중이 지난해 20% 대 초반에서 30%까지 올라가면서 영업이익률도 13% 대에서 15% 이상으로 뛰어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일반 셋톱박스 등 저가 제품의 경우 중국에 밀릴 수밖에 없다”며 “PVR의 경우 위성방송이 무료로 운영되는 독일 등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수요가 늘어 브랜드 인지도도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홈캐스트 역시 유료방송 프로그램의 해킹을 방지하는 수신제한시스템(CAS)을 비롯해 지상파 셋톱박스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매출이 늘고 있다. 특히 유럽 방송시장이 오는 2008년까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완전히 전환됨에 따라 지상파 셋톱박스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홈캐스트 관계자는 “올 1ㆍ4분기에 유럽지역 매출 비중이 지난해 15%에서 50%까지 급증해 이익률도 13%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현대디지탈텍, 휴맥스 등도 PVR, 인터넷 프로토콜(IP) 셋톱박스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주력해 올해부터는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3여년간 셋톱박스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정체를 보임에 따라 국내 업체들이 구조조정과 함께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데 성공, 제2의 성장기를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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